50g 손바닥크기 초소형 제품 시판 눈길
화재 인명피해의 주범은 유독가스다. 유독가스는 일산화탄소, 염화수소 등 유해성분을 가득 함유하고 있어 한 두 모금만 마셔도 인체에 치명적이다. 연기를 흡입하는 순간 저산소증을 유발하고, 심하면 생명을 앗아간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화재 발생 시 유독가스로 인한 인명피해(68%)가 화염에 의한 피해(25%)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기 흡입을 줄이는 것이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관건인 셈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고시원 화재에서도 대부분의 인명피해가 유독가스에 의한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연기 흡입을 막아주는 보급형 방연마스크가 피해를 줄일 현실적 대안으로 뜨고 있다.
방연마스크는 말 그대로 연기를 차단해주는, 방독면 기능을 하는 장구이다. 착용이 간편하고 가격이 저렴해 일반 가정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여행객도 휴대 가능한 장점이 있다.
현행 소방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호텔이나 병원, 영화상영관, 백화점, 대형마트, 지하상가 등은 연기 흡입을 차단하는 공기호흡기를 층마다 2개 이상 비치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공기호흡기는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에서 쓰는 설비로, 가격이 수백 만원에 달하는데다 부피가 크고 착용 방법이 번거로워 대량 보급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가운데 최근 손바닥 만한 크기에 무게 50g정도로 소형화한 방연마스크가 시중에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섭씨 400도에도 견딜 수 있는 특수 재질로 만든 이 제품은 투명한 자루형 마스크를 모자처럼 뒤집어 쓴 뒤 목 부분을 끝으로 조이는 방식으로 착용한다. 흡입구에 장착된 특수 필터가 연기 흡입을 막아 준다. 이 제품은 재난안전 선진국인 일본으로 수출돼 호평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규모 사업장과 일부 기관, 여행객들 사이에서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소방안전원 충북지부 정무헌 사무국장은 “자율 안전시대를 맞아 주민 스스로 화재 피난계획을 세우고 주택용 화재경보기와 방연마스크 등을 가정에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일단 불이 나면 질식을 유발하는 연기 흡입을 피하는 것이 급선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