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한어총)가 국회의원 등에게 입법로비 명목으로 불법 정치후원금을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13일 오전 공덕동에 위치한 한어총 사무실과 국공립분과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 자금출납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5월 한어총 일부 회원이 회계감사 결과를 토대로 김용희 한어총 회장을 고발함에 따라 김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를 진행해왔다.
김 회장은 2013년 국공립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어린이집 원장들에게 기부금 명목으로 4,570만원을 걷은 뒤 이 중 일부를 국회의원 5명 후원금계좌에 입금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백화점상품권 500만원어치와 현금 450만원을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에게 전달하고, 한어총 공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앞서 김 회장을 수 차례 소환 조사했으며 기부금 모집에 사용된 계좌 등을 통해 자금의 성격과 흐름을 분석하고 있다. 국회의원실 명단과 금액 등이 적힌 문서를 입수해 이들 자금 흐름과 비교하고 있다. 김 회장은 경찰 조사에서 “한어총을 위해 좋은 뜻에서 국회의원 등과 협력관계를 맺어 온 것은 맞지만 불법행위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어총이 2013년 ‘쪼개기 후원’까지 하며 로비를 했던 이유는 당시 어린이집 급식 비리가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국회에서 어린이집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같은 해 5월 한어총 국공립분과위원회가 발송한 공문에는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의 정년을 65세로 신설하는 법안과 국공립어린이집을 개인이 아닌 법인에게만 위탁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저지하자고 언급돼 있는데, 결과적으로 모두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같은 해 어린이집 비리를 제대로 적발하자는 의도에서 이운룡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영유아 보육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경찰권을 주는 법안도 발의했으나 역시 무산됐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정치후원금을 건네는 대가로 한어총 측에 불리한 법안을 막으려고 시도했는지를 집중 살펴볼 계획”이라며 “수사 확대가 필요하다면 (국회의원 조사도) 당연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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