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현재의 문제라면 미래는 투자전쟁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가정신과 투자가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 자본시장의 역할도 크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과 대신, 키움, KTB 등 주요 증권사 사장단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다녀왔다. 미국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왜 서부의 실리콘밸리에 진출했는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기업의 화두가 무엇인지를 현장에서 확인하려는 목적이었다. 이들이 목격한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경쟁은 ‘투자 전쟁’이라고 표현할 만큼 치열했다.
권 회장은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투협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5~9일 증권사 사장단과 실리콘밸리에서 진행한 ‘뉴 포트폴리오 코리아(NPK)’ 방문 성과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구글은 내년부터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한다고 하고 아마존은 스스로 세계 최대의 연구개발(R&D) 투자업체라고 자랑한다”며 현지 기업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증권사 사장들이 구글의 미래 전략기지로 불리는 ‘구글X’와 아마존에서 본 것은 눈앞에 보이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혁신과 그 이면의 투자다. 구글은 빅데이터, AI의 종합체라 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전담 인력만 500명 이상을 배치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AWS)를 고객 회사에 단순한 데이터 저장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여기에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회사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삼고 있다. 권 회장은 “구글은 8년에 걸쳐 자율주행차 실험을 하면서 800만마일(약 1,287만㎞)을 운행했는데 지구를 350바퀴 가까이 돈 수준”이라며 “4차 산업혁명은 오랜 시간 학습하고 데이터를 쌓아야 해 단기간에 쫓아가기가 쉽지 않고 그만큼 초기에 도전할 수 있는 기업가정신과 이를 뒷받침하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욕의 증권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하던 금융투자산업도 기술과 접목해 미국 서부에서 세를 넓히고 있다. 인터넷 전문 증권사로 출발한 찰스슈왑은 로보어드바이저로 급성장하고 있고, 전 세계 최대 펀드 운용사로 꼽히는 블랙록도 2015년 온라인 투자 플랫폼인 퓨처 어드바이저를 인수하며 실리콘밸리로 진출했다. 권 회장은 “블랙록은 단순히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을 위해 퓨처어드바이저를 인수한 것이 아니다”며 “실리콘밸리에서의 혁신 핀테크 기업을 전반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들의 발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금융위가 최근 발표한 자본시장 혁신과제에 대해 “민간 자금을 혁신성장 분야로 이끌어내기 위한 정부의 고민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혁신과제가 IB 분야에 중점을 뒀다면 다음에는 장기투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자산운용업계의 혁신, 세제 개편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자본시장 혁신과제가 발표되고 여당에서도 자본시장활성화 특별위원회가 구성됐다는 점에서 금융투자회사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을 체감한다”며 “국민 재산 증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거래세 및 양도세, 해외투자세제 등 금융투자 관련 세제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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