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낮춰 잡은 이유로 수출 둔화와 정책 리스크를 꼽았다. 미중 무역전쟁과 고유가가 글로벌 경기에 영향을 미치며 전반적인 성장률 둔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디스는 한국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변수로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위험을, 장기적으로는 인구 고령화를 꼽았다.
크리스티안 드 구즈만 무디스 정부신용평가 담당 이사는 13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9 한국 신용전망’ 브리핑에서 “한국의 성장이 둔화하고 있으며 특히 수출 성장세 둔화가 유동성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며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2.3%로 조정했다. 그는 국내 성장률을 깎아먹는 내부적 요인으로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등의 정책 리스크를 꼽으며 “무역 불확실성뿐 아니라 내부적 불확실성이 나타나며 경제 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즈만 이사는 “단기적으로는 남북관계 긴장이 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국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올해 남북관계 ‘데탕트(화해)’로 상황이 달라져 지정학적 리스크를 낮게 평가했지만 영구적인 긴장 완화까지는 아직 요원하다”고 말했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문제도 우려했다. 그는 “인구 고령화로 인해 재정 적자 폭이 늘어나고 있으며 채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강력한 구조조정이 수반되지 않으면 고령화에 따른 비용이 늘어나는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주요 20개국(G20)의 성장률도 올해 3.3%에서 내년 2.9%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즈만 이사는 “G20 국가 대부분의 내년 성장률이 하향 조정됐으며 2020년에도 선진국과 신흥국의 성장 둔화가 이어질 것”이라며 “고유가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신흥국 시장 내 균형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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