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와 정보기술(IT)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승차공유(카풀) 합법화 문제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취임 후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새 수장이 오는 대로 양측 업계 상생안을 내놓고 카풀 합법화를 본격 추진한다는 구상이지만 관계부처간 그리고 당정간 입장 차가 커 진통이 예상된다.
13일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다음달 초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홍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통과를 거쳐 이때쯤 취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이 그의 ‘첫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홍 후보자는 후보자 지명 당일인 지난 9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공유경제는 정부가 가장 당면한 현안”이라면서 “카풀과 관련해서는 경제팀에서 머리를 맞대 고민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국무조정실장을 맡고 있던 지난달 30일에도 “(카풀 규제개혁은) 8부 능선을 넘었다. 속도를 내서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교통 분야의 대표적인 공유경제 사례인 카풀은 현행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원칙적으로는 허용되는 서비스다. 여객자동차법 81조에는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가 유상으로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면서도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카풀업체 ‘풀러스’는 유연근무 확산에 발맞춰 24시간 중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카풀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출퇴근시간선택제’를 도입했지만, 서울시가 이 서비스가 사실상 상업용 운송에 해당한다며 업체를 경찰에 고발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카풀이 규제에 가로막힌 지 1년이 다 돼가는 셈이다.
기재부는 카풀 규제가 애당초 법령 해석 문제에서 촉발된 만큼 이해당사자인 택시업계와 카풀업계의 합의를 통해 ‘출퇴근’ 시간 범위를 새롭게 규정하는 방식으로 속도를 낸다는 복안이다. 여객자동차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택시업계에 요금 자율화, 월급제 도입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상생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작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연내 카풀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는 것에 회의적이다. 양측 업계의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합의안 도출이 요원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택시업계는 국토부에 출퇴근 시간을 오전 7~9시, 오후 6~8시로 한정하는 방안을 전달했으나, 카풀업계는 이에 대해 “무늬만 규제 완화”라며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관련 단체는 아예 ‘카풀 전면금지’를 내걸고 단체 행동에 돌입했다. 단체는 지난달 18일 1차 결의대회에 이어 오는 22일 국회에서 2차 카풀 반대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당정협의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1일 카풀대책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지만 당 내부에선 연내 대책 마련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택시업계와 카풀업계를 순차적으로 만나 물밑 조율을 할 계획”이라면서도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단계라 결론이 언제 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재부 정책조정국장, 국무조정실장을 거친 홍 후보자로서는 카풀 서비스 출시를 둘러싼 난맥상이 정책 조율능력과 돌파력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자칫 취임 초반부터 발목을 잡는 악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한 카풀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은 고사 직전인데 규제 개혁을 추진하던 부총리마저 교체돼 상황이 더 악화됐다”며 “당정청 온도차로 논의가 흐지부지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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