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5일 포항 지진으로 상당수 시민들이 트라우마가 심각하지만, 대부분 심리적 치료는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포항공대(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은 13일 포항 남구 지곡동 박태준학술정보관에서 ‘포항지진 1년: 지금도 계속되는 삶의 여진’ 연구발표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15일~29일까지 포항시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남성 251명과 여성 249명 등 총 500명을 대상으로 포항지진의 심리적 피해 정도를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38%포인트)한 결과 ‘지진으로 심리적 피해가 있었냐’는 질문에 남성은 74.9%가 ‘그렇다’고 응답, 여성도 86.7%가 답해, 남성보다 여성이 더 피해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유형은 불안감(79.0%)이 가장 많고 불면증(28.8%), 우울증(12.2%), 소화불량(7.0%) 순이었다. 울렁거림이나 어지러움, 두통, 과민증세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진 재발에 대한 공포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5.8%가 2017년 11월 포항지진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으로 강한 지진이 일어날까 봐 두렵다고 답했다. 여기다 응답자의 33.8%는 지진 공포로 타지 이사를 고려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 심리상담서비스 등은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지진 직후 설치된 심리지원센터에 서비스를 받은 사람은 4.8%에 불과했다. 심리지원을 받지 않은 이유로 응답자 76.5%가 ‘심리지원 서비스를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심리지원 서비스를 받을 여유가 없어서’라는 응답도 12.0%에 달했고 ‘심리지원서비스를 알지 못해서’라는 답도 11.3%로 나왔다.
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현대사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재난에 대한 시민과 사회의 구체적 대응을 분석했다”며 “재난 피해 당사자의 이해를 조명해 위험에 대한 사회의 책임과 공공성을 제고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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