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한국지엠(GM) 법인 분리 등의 쟁점에서 정부ㆍ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민주노총은 말이 안 통한다’는 발언에 대해 “망언”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홍 원내대표 지역구 사무실 점거 농성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금속노조는 13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총파업 결의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민주노총과 거리 두기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정부 여당을 강하게 규탄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노동 문제에서 이리 저리 뛰고 한 여당 대표 홍영표는 ‘민주노총은 고집불통이며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망언을 했다”면서 “최저임금 삭감(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에 이어 탄력 근로제까지 받겠다고 한 현 정부는 ‘이명박근혜’ 정부 때보다 더 (친시장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을 불법 점거한 것에 대해 “테러나 다름 없다” “대화를 해서 뭐가 되는 곳이 아니다. 항상 폭력적 방식이고 자기들 생각을 100% 강요하려 한다”고 격하게 비판했다.
이날 금속노조 한국지엠 지부는 홍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그의 인천 부평 지역사무실에 대한 점거 농성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현재는 상무집행위원 등 노조 전임간부들이 교대로 점거 농성을 벌였지만, 15일부터는 창원공장과 정비 분야 등 모든 간부가 점거 농성에 참여할 예정이다. 지엠지부는 홍 원내대표가 면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 8일부터 엿새째 홍 원내대표의 지역사무실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엠지부는 이날 소식지를 통해 “홍영표에게 법인 분리에 적극 대응해 해결해 달라고 했는데 거꾸로 뺨을 때렸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금속노조는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노총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라고 언급했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공격했다. 김 위원장은 “불행한 일로 이미 고인이 된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마지막 저서 ‘진보의 미래’에 ‘나는 분배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분배 정부라고 몰매 맞은 불행한 대통령이며 노동의 유연성을 받아들인 것이 우리가 진짜 무너진 핵심 이유’라고 써놨다”면서 “며칠 전 (민주노총이)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했던 임종석 비서실장은 자신의 마지막 저서에 내가 문 대통령 시절에 제대로 못한 건 노동이라는 평을 할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금속노조는 광주시 등이 격차 해소와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부영 현대차 지부장(노조위원장)은 “광주형 일자리야말로 문재인 정권이 박근혜 정권보다 더 나쁜 일자리를 만드는, 청와대나 국회가 세상 물정 모르고 추진하는 나쁜 일자리”라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우리가) 기득권 투쟁을 한다고 얘기하지만, 단호하게 자동차산업 살리기 투쟁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수출이 55만대나 줄고, 현대차도 25만대 감소했다”며 “있는 공장도 제대로 가동 못하는데 광주에 공장 신설이 말이 되는 일이냐”고 주장했다.
자신을 호남 출신이라고 소개한 강상호 기아차 지부장은 “광주형 일자리는 굉장히 교묘하게 새로운 지역 감정을 조장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금속노조 간부 20여명이 참여한 채 오전 11시부터 시작한 이날 기자회견은 경찰과 별다른 충돌 없이 30여분 만에 마무리됐다.
금속노조 조합원 18여만명 중 오는 21일로 예정된 민주노총 총파업에 얼마나 참여할 지는 아직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금속노조 주력인 현대ㆍ기아차, 현대중공업, 한국지엠, 대우조선해양 등이 파업 참여를 밝히면서 금속노조에서만 파업 참가자가 10만명이 넘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대부분 4시간 파업 등 부분 파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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