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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예비군 거부’는 유죄일까 무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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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예비군 거부’는 유죄일까 무죄일까

입력
2018.11.13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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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 거부 54명 재판에 넘겨져 

 헌재 5년ㆍ대법 8개월째 결론 못내 

[저작권 한국일보]그래픽=송정근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그래픽=송정근기자

종교 등을 이유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가 대법원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이후, 비슷한 신념에 따라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는 이들에 대해서도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무죄로 본 이상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 역시 죄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서로 다른 쟁점을 판단하는 것이라 꼭 그렇게만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이른바 양심적 예비군 훈련거부는 군복무를 마치고 현역에서 예비역으로 전역(轉役)한 예비역이 신념 등을 이유로 8년간 이어지는 160시간의 훈련에 응하지 않는 것이다. 단순한 예비군 훈련 미소집과 마찬가지로, 예비군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12일 국제엠네스티 등에 따르면 종교나 신념에 따라 예비군 훈련을 거부해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54명으로 집계됐다.

신념이나 종교를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각각 심리 중이다. 헌재는 5년, 대법원은 8개월째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대법원의 경우 8월 30일 공개변론까지 열었지만, 양심적 병역거부만 이달 1일 전원합의체에서 선고했고 양심적 예비군 훈련거부는 추후 소부에서 선고하기로 했다.

핵심 쟁점은 ‘양심’이 훈련 거부의 정당한 사유가 되는 지다. 양심이 입영 거부의 정당한 사유인지를 판단했던 양심적 병역거부의 쟁점과 거의 일치해, 이번에 대법원 판례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09년 대법원은 예비군 훈련 거부 관련 판결에서 “양심의 자유는 법률로 제한받을 수 있는 상대적 자유”라고 판단했지만, 이달 1일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에서는 “양심 실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양심의 자유를 인정하는 쪽으로 한발 더 나갔기 때문이다.

다만 양심적 예비군 훈련거부자들의 경우, 군 훈련 과정에서 또는 제대 이후 신념이 확고해진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은 다르다. 때문에 이들의 양심을 증명하고 판단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 사건은 ‘반복 처벌’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병역거부로 한 차례(1년6월) 징역형을 받는 반면, 양심적 예비군 훈련거부자는 예비군 의무가 해제되는 시점까지 거부 시마다 반복처벌을 받게 된다. 재판이 끝났다고 훈련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이듬해로 이월되기 때문이다. 대개 처음 한두 번은 약식으로 기소돼 벌금 20만~30만원이 선고되고, 세 번째부터는 정식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이 구형되기도 한다. 신념에 따라 예비군 훈련을 계속 거부해 온 김성식(44)씨는 수 차례 기소 끝에 누적 벌금이 4,000만원에 달하기도 했다.

앞서 2011년 7대2 의견으로 예비군법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린 헌재에서도 일부 재판관이 이 문제를 지적했다. 당시 이강국ㆍ송두환 재판관은 “형사처벌을 반복적으로 부과하는 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반면 대법원은 2009년 판결에서 “훈련소집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면, 거부하는 때마다 각각의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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