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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할 곳이 없다” 정기예금으로 몰리는 부동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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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할 곳이 없다” 정기예금으로 몰리는 부동자금

입력
2018.11.13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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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ㆍ증시 불확실성 커지고

은행들 예대율 규제 앞 수신경쟁

1년새 정기예금 증가율 10% 육박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과 주식 시황이 암울해지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이 은행 정기예금으로 몰리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돈을 은행에 잠시 맡기려는 투자자가 늘어난데다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은행들도 수신 경쟁에 나선 게 영향을 미쳤다.

1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예금은행(시중은행 지방은행 외국은행지점 등)의 정기예금 잔액은 674조4,277억원으로, 1년 전(615조37억원)보다 9.6%(59조4,24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3%대에 머물던 정기예금 증가율이 이제 10%선도 넘을 형국이다.

정해진 기간 동안 일정 금액을 은행에 예치하는 정기예금은 1% 후반대의 낮은 금리 탓에 그간 투자자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더구나 지난해 말 코스피 지수가 2,600선에 육박하는 등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부동산 시장 열기도 뜨거워지면서 정기예금은 더욱 외면받았다. 그러나 9ㆍ13 부동산 대책 등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와 신흥국 발(發) 글로벌 증시 하락 등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중첩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한 투자 자금은 안전자산인 정기예금으로 점점 흘러 들고 있다.

예금은행 정기예금잔액. 송정근기자
예금은행 정기예금잔액. 송정근기자
가입 기간별 정기예금잔액. 송정근기자
가입 기간별 정기예금잔액. 송정근기자
1년만기 정기예금금리. 송정근기자
1년만기 정기예금금리. 송정근기자

특히 지난 6월말 기준 시중 부동자금이 1,117조3,565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만큼 갈 곳을 잃어버린 자금이 늘어나면서 정기예금은 본격적인 투자처를 찾기 전 잠시 돈을 맡길 수 있는 ‘파킹(Parking)’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SC제일은행이 지난 9월 출시한 '마이런통장'은 입출금 통장과 정기예금의 장점을 결합한 대표적인 '파킹통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예치기간에 따라 1.05%(31~60일)부터 최고 2.1%(151~180일)까지 금리를 적용하는데, 판매 한달도 채 안돼 1조원 이상의 자금이 몰렸다.

3년 이상 중ㆍ장기 정기예금 잔액이 2016년 6월 말 18조원에서 올해 6월 말 16조7,000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반면 초 단기 상품인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같은 기간 63조4,000억원에서 83조2,000억원으로 30% 넘게 증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6개월 이상 1년 미만 정기예금 역시 같은 기간 130조3,000억원에서 141조원으로 8% 늘었다.

정기예금 증가에는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기업들의 관망세도 한몫하고 있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 탓에 기업들이 은행에 돈을 묻어두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은 기업의 비중도 높은데 투자 환경이 불확실하다 보니 이들이 만기 3개월, 6개월짜리 단기 예금에 여유자금을 넣고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예대율(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 규제 도입을 앞두고 은행들이 잇따라 정기예금 특판에 나서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 당국이 2020년부터 가계대출이 많은 은행에 불이익을 주는 새로운 예대율 규제를 도입하기로 예고함에 따라 은행들은 예금대비 대출 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계대출 잔액을 급격하게 줄이기 힘든 은행들은 예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비율 맞추기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이에 따른 시중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정기예금으로의 자금 이동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2020년 예대율 규제를 앞두고 은행들이 내년에도 정기예금 수신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은데다, 금리인상기를 맞아 정기예금으로의 자금 이동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같은 때는 3개월, 6개월 등 단기로 자금을 움직이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신규취급액 기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상반기 1.58%에서 올 상반기 2%로 급등하는 등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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