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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의 와이드엔터] 밴드의 해체 혹은 분해, 어쩔 수 없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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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의 와이드엔터] 밴드의 해체 혹은 분해, 어쩔 수 없다지만…

입력
2018.11.12 16:59
수정
2018.11.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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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여관. 록스타뮤직앤라이브 제공
장미여관. 록스타뮤직앤라이브 제공

전 세계 대중음악사를 살펴보면 밴드의 해체는 대개 피할 수 없는 새드 엔딩이다.

영국의 오아시스처럼 같은 밴드내 피를 나눈 형제도 싸우고 철천지 원수로 갈라서는 판에, 의기투합해 출발했다는 이유만으로 오랫동안 서로에게 맞춰가며 ‘2인3각’으로 함께 걸어가기란 보기보다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워서다.

그래서일까, 12일 장미여관의 ‘해체’ 혹은 ‘분해’ 선언을 지켜보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다뤄진 퀸의 흥망성쇠가 다시 새롭게 와 닿는다.

극중에서 아주 자세히 설명되진 않지만, 보컬 프레디 머큐리를 비롯한 4명의 퀸 멤버 모두는 겉보기에 ‘따로국밥’이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머큐리의 생전 인터뷰 내용을 모아 1인칭 형식으로 편집한 책 ‘퀸의 리드싱어 프레디 머큐리’를 보면 퀸 멤버들은 새 음반 레코딩과 콘서트 투어가 아니면 수 개월씩 얼굴도 마주하지 않는 사이였다. 실컷 따로 놀다가 레코딩 작업에 돌입해서는 쉬는 기간중 써 뒀던 자신의 곡을 싱글로 밀기 위해 주먹다짐 일보 직전까지 다투곤 했다.

작사·작곡 능력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제각각 출중했던 이들은 그러나 일단 상대의 곡이 낫다 싶으면 두 말 않고 자신의 곡을 포기한 채 각자의 힘을 하나로 모았다. 또 콘서트 투어 등 팀 활동으로 벌어들인 돈과 노래 발표후 발생하는 저작권은 공평하게 나누고 정확하게 관리해 잡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다. 여기에 팀 탈퇴의 집요한 유혹을 뿌리쳤던 프런트맨 머큐리의 의지도 한몫한 건 분명하다.

그 결과, 지난 91년 머큐리가 사망하고 30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도 퀸은 해체란 설명이 곁들여지지 않는 영원불멸의 밴드로 남아있게 됐다.

당사자들의 표현대로라면 장미여관 해체 혹은 분해의 속사정과 관련해 남는 쪽과 떠나는 쪽 둘 다의 주장이 찜찜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말끔하지 못한 엔딩에 있다.

해피 엔딩 아닌 새드 엔딩이더라도 그 이유를 두고 양쪽의 말이 다른 것처럼 보기 구차한 장면은 없다. 속사정이야 어떻든 헤어지기 전 깔끔하게 합의할 건 합의하거나 정리할 건 정리하고, 헤어지고 나면 상대방의 앞길을 겉으로나마 축복해주는 게 한솥밥을 먹었던 서로는 물론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장미여관 멤버들은 밴드의 이 같은 ‘이별 공식’을 잘 알고 있었을텐데, 왜 이 지경까지 상황을 몰고 갔을까. 밴드로 살아가기 유독 힘든 우리 가요계에서 장미여관으로 활동했던 7년이란 시간은 그리 짧지 않다. 그들의 밴드 역사가 명쾌하지 못한 새드 엔딩으로 인해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같아 아쉽고 씁쓸하다.

조성준 기자 when914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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