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출국, 러시아ㆍ호주 정상 회담
시진핑ㆍ펜스 회담도 추진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북미 간 기싸움이 고조되며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및 촉진자 역할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13일 시작되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및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미국ㆍ중국ㆍ러시아 정상급 외교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할 전망이다.
청와대는 애초 연내 6ㆍ25전쟁 종전(終戰)선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으로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첫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 비핵화에 가시적 진전이 보이지 않으며 청와대의 부담도 한층 커진 상황이다. 청와대는 연내 김 위원장 서울 답방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북미 정상회담 전 남북 정상회담은 ‘빈손 방문’으로 끝날 수 있다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북미 간 긴장 상황도 심상치 않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APEC 순방을 앞두고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에 대해 전례 없는 외교ㆍ경제적 압박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제사회에 대북제재에 전폭 협조해 줄 것도 요청했다. 북한도 ‘핵ㆍ경제 병진노선’을 다시 언급하고, 미국을 향해 ‘비핵화 협상 테이블을 떠날 수 있다’는 엄포성 협박을 쏟아내고 있다. 북미는 앞서 8일 뉴욕에서 열기로 했던 고위급 회담도 연기한 상태다.
북미가 간극이 깊어지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13일부터 5박6일 일정으로 아세안 및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중재외교를 재점화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계획돼 있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의 회담도 추진 중에 있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가 촉진될 수 있도록 주요국 정상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지원을 당부할 전망이다.
관심을 모았던 펜스 부통령과의 만남은 확정되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이 문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방침이나 ‘대북제재 완화론’에 우려나 유감을 표출한 가능성이 제기되는 게 청와대로선 부담이다. 11일 일본을 가장 먼저 방문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는 펜스 부통령이 정작 북핵 당사국인 우리나라를 오지 않는 것도 한국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방침에 불만을 표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펜스 부통령과의 접견은 조율 중에 있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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