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1년째 갑론을박만… 정부 조사는 빨라야 내년 초 결과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지 1년. 하지만 지진의 원인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 진행형이다. 인근에 건설 중이던 지열발전소와 연관이 있는지를 두고 정부가 조사를 벌여왔지만 결론이 늦어지면서 학계의 갑론을박만 커지고 있다. 그래도 관련 학계에 공통된 인식은 있다. 포항 지진의 직접적 원인이 지열발전소든 아니든,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점이다. 경주와 포항 지진 규모를 능가하는 지진이 찾아올 수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국내 지질과 단층구조 등에 대한 연구는 매우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년 학계에서는 포항 지진의 원인을 두고 뜨거운 공방이 이어졌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12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발전소의 물을 주입하는 주입정과 가열된 물을 빼내는 생산정이 단층을 뚫고 지나갔고, 단층대에 직접 물이 주입되면서 단층이 미끄러지는 환경을 만들어 지진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런 내용을 지난 4월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김영희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와 공동으로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어 파장을 불렀다. 반면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지난 9월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경주지진과 포항지진 발생에 영향을 줬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홍 교수는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소 때문에 났는지에 대한 또 다른 논문을 준비 중인데 현재까지는 지열발전이 원인이라는 증거가 아직 밝혀진 바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진 원인 규명도 차일피일 늦춰지고 있다. 지난 3월 대한지질학회 주도로 ‘포항 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 분석 연구단’을 꾸렸지만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밝혀낸 내용은 없다. 정부의 공식 결과는 빨라야 내년 2월말에나 나올 수 있을 예정이지만 그보다 더 늦춰질 수도 있다. 정부 조사단을 주도하고 있는 이강근 대한지질학회 회장(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은 “12일부터 3박4일 동안 5명의 해외 연구진 전원이 포항을 찾아 국내 연구진과 합숙을 하면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며 “분석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 건설에 따른 것이란 결론이 나온다고 해도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달라지는 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김광희 교수는 “역사서에 봐도 규모 7에 가까운 지진이 한반도에 수차례 발생한 것을 알 수 있다”며 “앞으로 경주(규모 5.8)와 포항 지진을 능가하는 지진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연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럼에도 아직까지 국내 지질과 단층구조에 대한 연구가 한참 부족한 실정이라는 점이다. 또 우리나라는 최근 2년을 제외하고는 지진이 자주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진 분석과 예측에 필요한 통계도 없다. 이강근 회장은 “일본의 경우 정부가 활성단층조사단을 꾸려 지진위험지도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내진 안전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데이터를 먼저 축적하고 또 이를 읽어낼 수 있는 전문가 양성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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