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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줄게, “마네킹처럼 앉아만 있어…”

입력
2018.11.1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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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 교통사고 보험사기 일당 검거

“좌석에만 앉아 있어도 돈 준다”

사회경험 적은 20대 꾀어 범행에 이용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쉽게 돈 벌 수 있다'고 꾀어 사회 경험이 적은 20대들을 끌어들여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타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일부러 교통 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타서 빼돌린 조직을 적발, 모집총책 A(23)씨 등 18명을 구속하고 모집책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돈을 받고 보험사기 범행에 가담한 254명과 보험사기 조직에 명의를 빌려준 30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14년 5월 말∼올해 5월 말 일부러 교통사고를 낸 뒤 타는 보험금을 늘리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속칭 ‘마네킹’ 모집 광고를 냈다. 여러 명이 타고 있다가 사고를 내면 더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마네킹’처럼 그냥 좌석에 앉아만 있는 사람이 필요했고, 한 사람이 사고 보험금을 여러 번 탔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보험사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용돈 벌 사람' 등의 표현으로 끌어들여 "그냥 차에 앉아만 있으면 된다. 나중에 (보험사) 조사가 있더라도 같이 놀러 가던 중이었다고 하거나 자고 있어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면 된다"라고 가르치며 범행에 가담시켰다.

이 같은 수법으로 렌터카로 다른 차량과 일부러 사고를 낸 뒤엔 렌터카 회사에 면책금 수십 만원만 주고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았다. 모집책 한 명이 마네킹 4명을 태우고 사고를 낼 경우 수백만∼1,000만원 이상의 보험금을 타낸 뒤 마네킹들에게는 10만∼20만원씩만 주고 나머지는 모두 모집책이 챙겼다.

이런 수법으로 180차례 사기 사고를 내 보험사 12곳으로부터 보험금 명목으로 11억3,000만원을 뜯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보험사기에 단순 가담한 뒤 쉽게 돈을 번 20대들은 이 같은 범죄 수법을 모방해 마네킹을 모집한 뒤 같은 범행하기도 했다. 일부 모집총책들은 SNS에 사채광고를 올린 뒤 20대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제때 갚지 못하면 보험사기 범행에 가담시키기도 했고, 보험금을 더 받기 위해 사고현장에서 보험사 직원에게 문신을 보여주며 폭력배 행세를 하거나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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