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여대 학보사 기자 6명 전원은 올해 학생회선거에 투표를 할 수 없다. 자신들과 사전 합의되지 않은 질문지를 각 후보선거본부에 보냈다는 이유로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권을 박탈해서다. 선관위는 ‘인터뷰 날짜가 선거운동기간 전이라 만약 학생들이 내용을 미리 듣게 되면 불법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공문까지 보냈다. 학보사 편집국장 김지원(20)씨는 “출마 계기, 시급한 학내 현안 등 그저 후보들의 각오를 물어봤을 뿐”이라며 “학생자치기구인 선관위가 권력을 남용해 기본권을 박탈하고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학 학생회 선거가 올해도 곳곳에서 파행하고 있다. 후보 질문지 사전 검열 논란이 투표권 박탈로 이어지는가 하면, 흑색선전과 네거티브공방 등 기성정치판에서 볼 법한 볼썽사나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상아탑이 취업 등 각자도생에 길들여지면서 학생회 선거에 무관심해지고 그만큼 감시도 느슨해지는 실정이다.
서울대는 2년 만에 치르는 경선이 네거티브로 얼룩졌다. 한 선거운동본부장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상대편을 비난하는 글을 익명으로 올렸다가 들통난 것. 해당 후보가 사과하고 본부장이 사퇴했지만, 현재까지도 서로를 향한 비방에만 몰두하고 있다. 언어학과 조모(23)씨는 “포퓰리즘 공약 남발 등 선거가 과열 양상이라 어느 쪽이 당선돼도 실망스러울 것이라는 반응이 많다”고 했다.
연세대는 3년째 학생 대표를 뽑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후보 한 명이 출마를 선언했으나, 허위 공약 등을 이유로 경고가 누적돼 3일 만에 자격이 박탈됐다. 해당 후보 측이 박탈 직전까지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선관위를 비난하는 성명을 연달아 올리면서 일부 학생은 ‘선관위가 의도적으로 출마를 막은 것 아니냐’고 술렁거렸다. 이 과정에서 과거 총여학생회 폐지를 추진했던 후보의 전력이 공개돼 학내 성별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선관위원장이 총학생회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중도 해임됐다.
학생회 선거가 갈등에 휩싸이면서 아예 외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홍성현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갈등 끝에 당선이 돼도 함께 일할 사람을 찾기 어려워 상처뿐인 영광에 그치고, 학생회비도 과거보다 적어 기존 사업이 축소되는 등 학생회의 장점이 많이 사라진 게 사실”이라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지지가 높다면 출마자들의 책임감도 커지고, 감시도 탄탄해져 혼탁양상이 덜할 텐데 현재로선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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