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가 일선 시ㆍ군을 대상으로 한 첫 행정사무감사(행감)에 나섰지만, 시ㆍ군의 반발로 청사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시ㆍ군은 지방분권에 역행한다며 행감 저지에 나서고, 도의회는 해당 시ㆍ군을 법과 조례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등 양측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12일 도의회에 따르면 농업경제환경위원회 소속 8명의 의원이 이날 행감을 위해 부여군청을 찾았지만 10여 분간 청사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다 돌아갔다.
의원들의 이날 방문은 도의회가 전국에서 처음 추진하는 기초단체에 대한 광역의회의 행감을 위한 것으로, 부여군은 올해 예정된 4개 시ㆍ군 가운데 첫 대상기관이다.
충남 시ㆍ군의회 의원과 충남공무원노동조합연맹 등이 참여한 ‘충남도의회 시ㆍ군 행정사무감사 폐지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날 의원들의 군청 진입을 막았다.
대책위 관계자 200여명은 또 군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시ㆍ군 행감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송복섭 부여군의회 의장은 “기초단체의 잘잘못을 지적하고, 또 격려하는 것은 기초회의가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도비를 기초단체에 내려보내는 사업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면 도의회에서 예산 편성을 할 때부터 철저히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의회 행감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송 군의장은 “기초의회에서 일주일 넘게 걸려도 산더미같이 쌓인 행감 자료를 다 살펴보기 어려운데 도의회에서 무슨 수로 2시간 만에 행감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아버지인 국가가 내려주는 예산을 큰 집과 작은집인 도의회와 시ㆍ군의회가 독립적으로 제대로 운용하면 될 일”이라고 도의회의 행감 수용 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다.
도의회는 행감 강행 입장을 분명히 하고, 행감을 거부한 시ㆍ군에 대해 과태료 부과 등 강력히 대응키로 했다.
김득응 도의회 농업경제환경위원장은 “광역의회의 고유 사무인 시ㆍ군 행감을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공무원이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견제와 감시로 지방자치 분권을 발전시키려는 것이지 역행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법을 지켜야 할 공무원과 시ㆍ군 의원들이 시위를 벌이는 것은 본분을 망각한 행동으로 법과 조례에 따라 처분하겠다”고 강경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도의회는 이에 따라 서류 미제출, 불출석 등을 근거로 관계 법령에 따라 도지사에게 해당 시ㆍ군에 대한 과태료 부과를 의뢰키로 했다. 과태료는 정당한 사유 없이 서류 제출을 거부할 경우 지방자치법에 따라 최고 500만원이 부과된다.
도의회는 오는 13일로 예정된 천안시에 대한 행감도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무산된 부여군에 대한 행감을 오는 19일 도의회 회의실에서 다시 여는 내용이 담긴 ‘2018 행정사무감사 요구사항 변경의 건’도 의결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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