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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받은 임금 나중에 주셔도 됨” 근로자 기지로 붙잡은 임금체불 사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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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받은 임금 나중에 주셔도 됨” 근로자 기지로 붙잡은 임금체불 사업주

입력
2018.11.1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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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저희가 지금 수배자와 같이 있습니다. 얼른 와 주세요.”

지난 9일 오전 9시30분. 한 신고자가 어색한 한국말로 경찰에 이 같이 신고했다. 신고 내용대로 전북 전주시 덕진구 모처에 들이닥친 경찰은 수배 망을 피해 다니던 임금체불 사업주 백모(37)씨를 붙잡을 수 있었다.

고용노동부 구미지청에 따르면 백씨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7월까지 근로자 10명에게 임금 2,808만원을 체불했다. 건물 도장(塗裝) 업자인 백씨는 전국 각지에서 사업을 하면서 받은 공사대금은 개인 빚 등을 갚는 데 쓰고, 정작 공사 일을 한 근로자들에게는 임금을 주지 않았다. 백씨는 시공할 여력이 없으면서도 무리하게 공사를 수주했고 부가가치세도 체납했다. 임금을 달라는 근로자들을 피하기 위해 백씨는 최근 들어서만 휴대폰 번호를 세 번이나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자들이 노동청에 신고를 했지만, 백씨는 노동청에 출석하지 않았고 주민등록지(구미시)에도 살지 않아 붙잡을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러자 근로자들이 직접 나섰다. 대구 지역에서 백씨에게 임금 합계 932만원을 떼인 중국인 건설근로자 2명은 우선 건설업계에서 일하는 다른 근로자를 통해 백씨 연락처를 알아 냈다. 그리고는 백씨에게 전화해 “일자리를 달라, 못 받은 임금은 나중에 합쳐서 받아도 되니 일단 만나자”며 만남을 유도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백씨는 11일 구속됐다. 신광철 구미지청 근로감독관은 “백씨는 상습 체불 및 출석 불응을 이유로 앞서 3번이나 체포됐던 인물”이라며 “그 때마다 벌금만 내고 임금은 변제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구속이 된 만큼 적극적으로 임금 지급 협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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