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이 1850년 11월 13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태어났다. 스코틀랜드 국왕이 살던 정치ㆍ문화의 중심지 에든버러는 당시 종교개혁과 산업혁명에서 잉글랜드를 선도하던 도시였다.
그의 친가는 성공한 엔지니어 가문이었고, 외가는 다수의 법률가를 배출한 명문가였다. 그는 부친의 뜻에 따라 에든버러 대학에서 공학을 공부했으나 어려서부터 앓던 폐병 때문에 기계 일이 맞지 않아 법학으로 전공을 바꿔 1875년 변호사 자격을 획득했다. 하지만 그가 원한 것은 작가였고, 그 무렵부터 프랑스 여행 경험 등을 소재로 이런저런 에세이와 소설을 발표하곤 했다. 그래도 좋을 만큼 그는 부유했다.
이듬해 프랑스 여행 중 11세 연상의 미국인 유부녀 패니 오스본(Fanny Osbourne)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2년 후 이혼한 패니와 미국에서 결혼했다. 부부는 남편의 요양을 겸해 유럽 미국 등지를 여행하며 살았고, 1888년 남태평양 여행 중 반한 사모아에 정착, 1894년 스티븐슨이 숨질 때까지 지냈다. 그가 ‘보물섬’과 함께 대표작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이하 ‘지킬’)’을 발표한 건 요양을 위해 유럽 여러 도시를 여행하던 1886년이었다.
‘지킬’은 선과 악, 쾌락과 금욕, 위선과 탐욕 등 현대인의 분열적 이중성을 그린 원형적 작품으로, 문학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예술 작품의 모티브가 돼 왔다. 비평가들은 19세기 중반 스코틀랜드의 격돌하던 종교∙문화적 가치와 봉건∙자본 경제체제의 역동이 지킬과 하이드로 대변되는 이중성의 배경이라고 평가한다.
당시 에든버러 시의원으로 일하며 밤에는 강도짓을 일삼았다는 한 인물(William Brodie)과 최초의 다중인격장애(해리성 장애) 환자로 알려진 루이스 비벳(Louis Vivet)의 사연이 작품에 직접적 영감을 주었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또 무척 선량해서 모두가, 만년의 거처인 사모아에서도 원주민의 사랑을 받았다는 그의, 은밀한 내면의 고백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코카인(일설에는 LSD 성분이 함유된 버섯) 성분의 폐결핵 약에 취해 곤한 잠을 자다가 꾼 꿈에서 ‘지킬’의 이야기를 얻었다고 알려져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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