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 2013년 9월 ‘재판 신속처리’ 문건 작성
문건 작성 이후 재판기일 잡혀…”상고법원 압박 의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관 재임용에 탈락하고 불복 소송에서 패소한 서기호(48ㆍ사법연수원 29기) 전 판사가 자신의 소송에 당시 법원행정처가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1일 서 전 판사의 재임용 탈락을 둘러싼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서 전 판사는 10시간 가량의 조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재임용 탈락 행정 소송 초반부터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 개입이 이뤄졌음을 뒷받침하는 문건을 이번 조사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서 전 판사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13년 9월 1일 ‘서기호 의원 소송의 현황 및 대응 방안’이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서 전 의원의 행정소송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비공식적으로 재판부에 요청하는 방안과 피고인 법원행정처가 기일 지정을 공식적으로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한 내용이었다.
당시 서 전 판사 측은 재임용 탈락에 대한 위헌 판단을 먼저 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한 뒤 외국 사례를 조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문건 작성 한 달 뒤인 10월 재판부는 기일을 지정했다. 서 전 판사는 “당시에는 갑자기 기일이 지정된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결국 문건대로 시행된 것”이라며 “내가 상고법원 등에 반대 입장을 강력하게 밝히자, 소송을 통해 심리적 압박을 주려고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서 전 판사는 법관으로 재직 중이던 2012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카의 빅엿’이라는 글을 올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풍자한 뒤,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다. 그는 “부적격 사유가 자의적이고 주관적으로 이뤄질 수 있어 위법하다”며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결국 패소했다. 검찰은 서 전 판사의 재임용 탈락과 이후 소송 과정에 법원행정처가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수사 중이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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