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관계 이루면 ‘86대망론’ 날개
갈등구도 땐 주변부로 밀릴 수도
더불어민주당 40대 초선 그룹, 1970년대생이 세대적 정체성을 강조하며 독자세력화에 나서자 ‘86세대’ 선배들도 선택의 기로에 섰다. 86세대가 세력화한 ‘응칠(응답하라 1970)세대’를 포용할 수 있다면 ‘86대망론’의 최대 후원 세력을 얻게 된다. 적절한 긴장 속에 경쟁적 협력 관계를 구성할 경우 두 세대가 ‘윈ㆍ윈’ 할 토양을 마련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86세대가 세대교체 압력에 직면해 주변부로 밀려나는 숙명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이는 86세대의 현실적 역량을 과소평가할 경우 따져볼 가설이다. 그럼에도 어떤 경우든 두 세력간의 관계 설정이 차기 총선은 물론 멀리 대선까지 이어지는 여권 내 권력지형 변화의 단초로 작용할 가능성은 살아있다.
두 세대 모두 당 개혁세력으로 출발했다는 점은 비슷하다. 먼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젊은 피 수혈론’에 따라 등용된 86세대는 문재인 정부 들어 요직을 장악하며 정치ㆍ사회 리더로 우뚝 섰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조국 민정수석, 정태호 일자리수석 등이 청와대 86세대의 대표주자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내각은 물론, 우상호 등 민주당 원내대표도 86세대에서 나왔다.
하지만 86세대가 현재 민주당에선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참여정부 국정운영 중심에 섰다 정권재창출에 실패하면서 정치적 부침을 거듭하고, 세대교체 타이밍을 거듭 놓치며 어느새 중진 그룹이 된 탓이다. 특히 지난 8ㆍ25 전당대회에서 세대교체를 내걸었다 실패한 게 뼈아팠다.
결국 이해찬 대표를 필두로 당권을 쥔 친노그룹과, 바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70년대생 사이에 낀 모습이다. 민주화운동 이후엔 이렇다 할 역할 보다 생각이 정체되고 과도한 혜택을 누린 세대란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반대로 70년대생들은 전대 이후 당 지도부에 진출하며 주류로 올라 서고 있다. 박주민ㆍ김해영 두 명의 최고위원과 함께, 맏형 강병원(원내대변인)ㆍ강훈식(전략기획위원장)ㆍ이재정(대변인) 의원은 당직을 맡았다. 박용진 의원은 비주류이지만, 유치원 비리 폭로로 스타 정치인 반열에 올랐다.
일각에선 70년대생들이 활동 무대를 넓히며 지지세를 키울수록 86세대와의 충돌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사회적 변화에 목마른 40대들과 청년들을 대변하겠다고 한 만큼, 이들의 요구를 받아 86세대를 겨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뚜렷한 명분없이 갈등구도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86세대가 멘토 역할을 해온 데다 아직 70년대생들의 입지가 탄탄하지 않은 만큼, 공생관계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70년대생이 86세대의 주요 지지그룹이 될 경우, 이들을 등에 업고 ‘86세대 대망론’도 꽃 피울 수 있다. 특히 70년대생 대부분 초선이란 점에서 86세대의 지원이 절실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 86세대인 민주당 중진 의원은 “갈등은 같은 세대에서 정치노선이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며 “차세대들이 결속해 서로 돕고 활동하는 건 당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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