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한의 1초였다. 1년 9개월 만에 UFC 옥타곤으로 돌아온 ‘코리안 좀비’ 정찬성(31)이 판정승을 눈앞에 두고 경기 종료 1초 전 KO패를 당했다.
정찬성은 11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펩시 센터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39 야이르 로드리게스(26ㆍ멕시코)와의 페더급 메인이벤트 경기에서 5라운드 종료 직전 상대의 기습적인 팔꿈치 공격에 턱을 맞고 실신했다.
UFC 심판진의 채점표에 따르면 정찬성은 4라운드까지 2-0으로 앞섰다. 하지만 경기 막판에 턱을 정통으로 가격당했고, 그 순간 경기 종료 버저가 울렸다. 공식 기록은 5라운드 4분 59초 KO패다. UFC 역사상 가장 늦은 시간에 나온 KO였다. 둘의 대결은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에 선정돼 정찬성은 패하고도 5만 달러(약 5,600만원)의 보너스를 받았다. 하지만 너무나 아쉬운 경기였다.
지난해 2월 복귀전에서 데니스 버뮤데즈에게 1라운드 어퍼컷 KO 승리를 따냈던 정찬성은 훈련 도중 무릎을 다쳐 재활에 몰두했다. 1년 9개월 만의 복귀전에서 프랭키 에드가와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에드가가 훈련 도중 이두박근을 다치는 바람에 대회 직전 상대가 바뀌었다. 로드리게스는 태권도를 수련한 선수로, 킥이 일품이다.
정찬성은 로드리게스의 펀치와 킥을 섞은 변칙 공격을 잘 넘기며 유리하게 경기를 끌고 갔다. 1라운드부터 착실하게 잽과 오른손 스트레이트, 훅을 섞어가며 유효타를 쌓았고, 로드리게스는 정찬성의 무릎을 로우킥으로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2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 로드리게스는 여러 변칙 공격을 선보이며 3라운드까지 정찬성을 괴롭혔다. 안면부 출혈로 고전하던 정찬성은 ‘좀비’라는 별명답게 4라운드 들어 체력을 회복했다. 잽으로 상대 체력을 조금씩 갉아낸 뒤 라이트 훅으로 큰 타격을 줬다.
5라운드 역시 정찬성의 우세로 경기가 흘러갔다. 체력에서 확실하게 우위를 점한 정찬성은 유효타 숫자에서도 앞서 판정으로 가면 승리할 가능성이 컸다. 로드리게스는 지친 탓인지 경기 중간 양팔을 들어 올리며 관중의 환호성을 유도하며 숨을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막판에 정찬성의 펀치가 빗나간 순간 웅크리고 있던 로드리게스의 오른쪽 팔꿈치가 갑자기 위로 솟아올랐고, 결국 정찬성은 쓰러졌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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