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경제 개발 병진노선’으로의 회귀 가능성을 재차 언급하며 대미 압박 수위를 높였다.
북한 정권 입장을 대변해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10일 북한 외무성 산하의 권정근 미국연구소장이 지난 2일 발표한 병진노선 부활 관련 논평을 거론하며 “이것은 연구소 소장이 개인의 판단으로 써낼 구절이 아니다”고 밝혔다.
앞서 권 소장은 해당 논평에서 미국이 ‘선(先)비핵화 후(後) 제재완화’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병진’이라는 말이 다시 태어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개인의 판단으로 써낼 구절이 아니다”는 조선신보의 설명은 결국 병진노선 부활 가능성을 둔 북한 정권 차원의 논의가 있다는 뜻이 된다.
조선신보는 또 “(트럼프) 대통령과 동상이몽 하는 보좌진들이 있다. 조선(북한)은 미국 내 사정을 고려하면서 공동성명 이행과정에 별의별 일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라면서도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위협은 대미 협상력 강화를 위해 계산된 작은 도발에 가까워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다음 협상을 준비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며 “실제 병진노선으로 돌아가겠다는 예고라기 보다는 ‘우리는 병진노선까지 포기했는데 미국은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는 항변”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단순 레토릭(외교적 수사)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애당초 병진노선을 포기했던 이유가 경제개발을 위한 것이었는데, 미국이 제재를 완화하지 않고 있는 현 시점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서도 병진노선으로의 회귀를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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