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세재정정책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한 조세재정정책의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세재정정책의 소득재분배효과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조세재정정책을 통한 저소득층 탈출 비율(빈곤탈출율)은 19.5%로, OECD 28개국 평균(64.1%)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는 덴마크(83.1%) 헝가리(81.4%) 체코(80.6%) 네덜란드(80.6%) 등은 물론 이스라엘(36.4%) 칠레(34.3%) 멕시코(23.1%) 등 하위권 국가들에 비해서도 한참 뒤떨어진 것이다.
빈곤탈출률은 정부 정책 효과가 반영되기 전 시장소득 기준 저소득층(균등화 중위소득 50% 미만)이 정책 효과가 반영된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볼 때 중산층(중위소득 50~150%)이나 고소득층(중위소득 150% 이상)으로 얼마나 이동하는 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우리나라 빈곤탈출율이 19.5%라는 것은 저소득층의 80.5%가 정부의 지원금이나 연금 등 공적 소득을 더해도 그대로 저소득층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조세재정정책의 저소득층 소득개선효과는 OECD 회원국 평균에 크게 못미치는 것이다. 한국 저소득층의 시장소득은 중위소득의 25.7% 수준인데 가처분소득도 중의소득의 36.8%에 불과해 정책에 따른 소득개선효과가 11.5%포인트에 불과했다. 그러나 28개 OECD 회원국 저소득층의 소득은 중위소득의 13.7%(시장소득)에서 75.8%(가처분소득)로 62.1%포인트나 개선됐다.
특히 만 60세 이상 고령층의 빈곤탈출률과 저소득층 소득개선효과는 더 부진했다. 한국 저소득 고령층의 빈곤탈출률은 24.1%로, OECD 국가 고령층의 빈곤탈출률(80.8%)에 비해 56.7%포인트나 낮았다. 또 OECD 저소득 고령층의 소득개선효과는 83.6%포인트(8.3%→91.9%)에 달한 반면 한국은 16.5%포인트에 그쳤다.
한국의 정책 소득재분배 효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것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규모가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연금 제도의 시행기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6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규모는 10.4%로, OECD 35개국 중 멕시코(7.5%)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1988년 시행된 국민연금제도는 독일(1889년)보다 99년 늦어 그만큼 수급자들의 평균 가입기간도 짧다.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도 39.3%로 OECD 평균(58.7%)에 못 미친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세재정정책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사회적 부담과 복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정부 신뢰도를 높이고 ‘내가 낸 세금은 복지라는 혜택으로 돌아온다’는 인식을 더욱 확산시켜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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