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의 일본 방송출연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 BTS 멤버 지민이 지난해 입었던 티셔츠에 인쇄된 원자폭탄 투하 사진 등을 문제 삼아 일본 방송 TV아사히가 9일로 예정됐던 ‘뮤직스테이션’ 출연을 전격 취소했다. 이어 NHK가 12월31일 방송되는 일본 최대 음악행사인 ‘홍백가합전’, 후지TV가 12월5일과 12일 방송되는 ‘FNS가요제’의 BTS 출연을 잇따라 백지화했다.
BTS의 방송출연 줄취소는 ‘광복절 티셔츠’ 착용에 대한 일본 우익의 공격 때문으로 알려졌다. 티셔츠에는 광복을 맞아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 원자폭탄 투하로 인한 버섯구름 그림과 함께 애국심(PATRIOTISM), 우리 역사(OURHISTORY), 해방(LIBERATION), 코리아(KOREA) 등의 문구가 새겨져 있다. 여기에 지난달 말 우리 대법원의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에 대한 징용 배상 판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13일부터 도쿄돔에서 시작되는 BTS의 일본 ‘돔 투어’는 이미 티켓이 매진돼 예정대로 진행된다.
일본 방송사가 1년 이상 지난 광복절 티셔츠 착용을 문제 삼아 생방송 출연 하루 전에 취소를 결정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다른 방송사도 줄줄이 BTS 출연을 백지화한 것을 보면 정부 차원의 압박 등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 방송의 구조적 경직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그러나 대중문화 등 민간 교류 영역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 정부가 방송 장악을 통해 한류 죽이기에 나선 것이라면 일본의 편협한 세계관과 역사관을 다시 드러내는 자충수가 될 뿐이다. 이번 사태는 일본이 여전히 자기중심적 역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일본 정부는 그동안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지칭해온 ‘징용공’ 대신 ‘구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를 공식 표현으로 사용키로 하는 등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는커녕 과거사 부인에만 골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의 설정은 이뤄질 수 없다. 북한 비핵화 등 역내 평화를 위한 협력을 위해서라도 일본은 소아적 태도를 접고 한일 관계 개선에 진지하게 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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