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주 헌법 수정안 통과
2021년부터 개 경주 금지하기로
수천 마리 새 주인 찾기가 과제
미국에서 개 경주가 동물 복지 강화 추세에 밀려 수년 내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개 경주 경기장 상당수가 밀집된 플로리다주가 주민투표를 통해 2021년부터 이를 금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천 마리에 달하는 경주견들이 갈 곳을 잃어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하는 숙제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중간선거가 치러진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는 그레이하운드 경주를 2021년부터 금지하는 내용의 주 헌법 수정안에 대한 주민투표도 함께 실시해 69%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플로리다주는 미 전역에 남아 있는 개경주 트랙 17개 중 11개를 보유하고 있다. 개 경주 산업은 수년 전부터 여러 주들에서 금지되면서 사양 길에 접어들다가 결국 핵심 터전마저 잃게 된 것이다. 플로리다주에서 폐쇄되면 미 전역의 개 경주 트랙은 웨스트버지니아에 2곳, 앨라배마ㆍ아칸소ㆍ아이오와ㆍ텍사스에 각 1개만 남게 된다.
플로리다주의 주민투표로 그레이하운드 사육 업체나 조련사들도 큰 타격을 받게 돼, 개 경주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금지 조치를 추진해온 단체 중 하나인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키티 블록 회장은 성명을 통해 “플로리다 유권자들의 결정으로 수천 마리의 개들이 경주 산업의 고통에서 벗어날 것이다”며 “개경주의 잔인함을 끝내려는 역사적 노력에 함께한 지지자와 유권자들에 감사한다”고 환영했다.
이번 결과가 나오기까지 동물 복지단체들은 300만달러의 캠페인 비용을 쓰면서 반대 진영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이들 단체들은 경주견들이 학대 속에 훈련을 받고 경기력 향상을 위해 약물까지 투여되며, 경주 과정에서 입은 부상으로 수백 마리가 숨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련사들은 경주를 위해선 최상의 건강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동물 학대는 터무니 없다고 맞서 왔다. 특히 미국의 막강한 로비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 플로리다 지부는 주 헌법 수정안에 포함된 “동물에 대한 인간적 대우는 플로리다의 근본적 가치다”는 문구가 향후 사냥과 낚시 금지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했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동물 복지 단체들로선 그러나 이번 결과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경기장들이 일거에 문을 닫으면 수천 마리의 경주견이 갈 곳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주에만 경주견이 4,000~6,000마리가 있는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동물 단체들은 이번 수정안 통과에 반대하며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개 경기장의 점진적 축소를 주장한 그레이하운드 입양단체인 ‘갓 그레이츠’의 캐롤 베커 회장은 뉴욕타임스(NYT)에 “너무 많은 경기장이 한꺼번에 문을 닫으면 이 개들을 입양할 가정이 충분치 않아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얼마나 많은 개들이 시장에 나올지 알 수 없어 바늘 방석에 앉은 기분이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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