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는 A씨는 최근 거래처와의 접대 자리에서 술에 거나하게 취한 사장으로부터 ‘죽여버린다’는 협박과 함께 폭행을 당했다. 사장은 그가 술을 열심히 마시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의 목을 조르며 머리를 주먹으로 수 차례 내려치기도 했다. A씨는 “점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는데도 돌려보냈다”며 “며칠 뒤에야 ‘취해서 그랬다’며 좋게 넘어가자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회사 직원들을 상대로 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폭행 및 엽기적인 만행이 충격을 주는 가운데, 수위만 다를 뿐 ‘직장 내 양진호’는 곳곳에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11일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폭행을 금지한 근로기준법 제8조 위반으로 접수된 사건은 올해 1~8월까지 515건에 달했다. 이 중 폭행 가해자가 대표이사 등 사업주인 사건은 315건으로 절반을 넘는 61.2%로 나타났다.
고용부에 접수된 사업주의 노동자 폭행 사건은 2014년 204건, 2015년 216건, 2016년 280건, 2017년 360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사업주뿐 아니라 경영 담당자, 관리자까지 포함되는 근로기준법 상 사용자 전체로 대상을 넓힌 신고 건수는 2014년 393건, 2015년 391건, 2016년 538건, 2017년 649건으로 역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폭행으로 접수된 건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고용부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사례는 드물었다. 고용부가 올해 8월까지 근로기준법 8조 위반으로 접수된 사건 중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넘긴 것은 9.9%(51건)에 불과했다. 사업주로 대상을 좁히면 5.4%(17건)로 더 소수였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자가 사용자 폭행으로 진정을 제기하고도 합의를 거쳐 취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용자의 갑질을 근절하려면 폭행은 특히 엄중하게 조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근로자 폭행 사건은 철저히 조사하고 엄벌에 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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