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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속의 어제] “도조는 영웅ㆍ순교자”... 죽었지만 죽지 않은 일본 태평양전쟁 전범

입력
2018.11.11 14:52
수정
2018.11.11 17:4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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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당시 A급 전범이 합사 돼 있는 도쿄 야스쿠니 신사.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당시 A급 전범이 합사 돼 있는 도쿄 야스쿠니 신사.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인 도조 히데키 전 일본 총리.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인 도조 히데키 전 일본 총리.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1948년 11월12일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일본 총리가 일본의 다른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과 함께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1941년부터 1944년까지 내각 총리 대신을 지낸 도조 히데키는 1941년 12월 진주만 미국함대 기지 기습 공격을 지시해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주범이다. 그는 결국 같은 해 12월23일 교수형에 처해졌다.

7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이름을 다시 마주하는 건 어렵지 않다.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거론되기 때문이다. 도쿄 야스쿠니신사에는 도조 히데키를 비롯한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013년 말 야스쿠니신사를 방문ㆍ참배해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샀고, 지난달에는 유럽 순방 중임에도 잊지 않고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보내 눈총을 받았다.

도조 히데키 자손들은 혐의 자체를 대놓고 부인하기도 했다. 일본 참의원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던 도조 히데키의 손녀 도조 요코는 그의 할아버지를 ‘악당’이 아닌 ‘영웅’으로 묘사했다. 자위적 차원의 전쟁이 승전국에 의해 침략전쟁으로 왜곡됐다며 전쟁범죄라는 혐의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은 희생자였고, 자신의 할아버지는 히로히토 일왕을 지키려다 사망한 순교자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 내 전범을 우상화하려는 움직임은 일본 안팎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는 ‘일본에서 존경 받는 전범들’이라는 제목으로 도조 히데키를 비롯,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전범들을 소개했다. DW는 “도조 히데키는 전쟁 포로를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수행하는 일에 관여하는 등 여러 혐의로 비판을 받고 있는 인물”이라며 “그를 비롯해 유죄가 입증된 14명의 전범 영혼들이 야스쿠니신사에서 순교자로 숭배되고 있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일본 영자 신문 재팬타임스는 2014년 ‘전범들은 칭찬 받을 자격이 없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아베 총리의 태도를 비판했다. 재팬타임스는 “1930~40년대 일본 지도자들이 선택한 전쟁의 길이 수백만 일본 시민과 아시아 전역의 사람들을 잔인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게 한 사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며 “전쟁의 가혹한 현실을 숨기려는 아베의 수사는 용서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과거 군사 공격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언급하지 않고서, 지금 평화를 언급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언급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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