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서울 도심에서 전국 노동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민주노총은 10일 오후 3시부터 서울시청 인근 태평로에서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18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전태일 열사가 산화한 1970년 11월 13일을 전후해 그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노동자대회로, 이번 집회는 주최측 추산 6만여 명이 참여했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반이 지났지만 오히려 기대와 요구가 실망과 절망으로 변하고 있다”며 “경제와 민생문제를 최저임금 인상 탓으로 돌리면서 최저임금법 개악을 했고, 재벌대기업과 자본의 요구를 받들어 규제프리존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노동법 개악이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촛불광장에서 폭발했던 ‘세상을 바꾸자’라는 요구를 모아 한국 사회를 제대로 바꿔내기 위해 투쟁에 나선다”고 이날 집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오후 1시부터 학교비정규직노조ㆍ금속노조ㆍ마트노조ㆍ요양보호사노조ㆍ대학노조ㆍ전교조ㆍ공공연대노조 등 가맹조직이 서울시청과 청와대, 청계천 인근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사전집회를 가진 뒤 오후 3시부터는 광화문 광장에서 본 대회를 열었다.
이날 개회선언에는 9년 만에 복직통보를 받은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과 12년간의 투쟁 끝에 지난 7월 복직 결정을 얻어낸 철노노조 소속 전 KTX열차승무지부 김승하 지부장이 무대에 올라 연대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 전 지부장은 “복직이라는 승리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게 됐지만 우리는 여전히 사법농단의 피해자이고,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로 남아있다”며 “노동자가 힘 있는 사회를 위해 끝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외쳤다.
민주노총은 이날 집회에서 △탄력근로제 기간확대 저지 최저임금법 원상회복 및 추가개악 저지 △ILO핵심협약 비준 및 노동기본권 보장 노동법 전면개정 △공공부문 제대로 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재벌적폐 청산과 재벌개혁 △사법적폐 청산 친재벌 관료적폐 청산 △사회안전망 강화 제대로 된 국민연금 개혁 등을 요구했다.
대회사를 위해 마이크를 잡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고 외친 전태일 열사의 사회적 책임을 가슴 깊이 되새기며, 모든 노동자와 사회의 대개혁을 위해 두려움 없이 나아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이어 “촛불항쟁으로 이뤄낸 문재인 정부 집권 중반으로 접어드는 지금, 숨죽이던 재벌들이 목소리를 다시 높이고 있다”면서 “재벌청산과 사법농단 세력 처단이 우리가 만나야 할 촛불 세상”이라고 말했다.
본대회가 끝난 후에는 청와대와 총리공관 두 개 방면으로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집회로 인해 서울 일민미술관 앞 광화문 차로 전체가 교통 통제됐다. 민주노총은 11월 한 달을 총파업 총력투쟁의 달로 정하고 각종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달 14일부터 20일까지는 민주노총 임원 및 가맹산별조직 대표자가 청와대 앞에서 시국농성에 돌입하고 21일 당일에는 총파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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