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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친박과 원내대표 경선

입력
2018.11.10 10:00
수정
2018.11.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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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대 배임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70억대 배임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다가 자신들의 문제가 걸리니 슬금슬금 기어 나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빌미로 살아나 보려고 몸부림 친다.”

지난해 11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던진 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 등으로 ‘친박 청산’에 드라이브를 걸자 이에 반발하는 친박계를 견제하려는 의도였다. 이후 한국당은 지방선거 패배와 홍 전 대표의 사퇴, 비상대책위 출범 등 부침을 겪었고, 아직 진행형이다. 아무것도 정리된 게 없다. 하지만 홍 전 대표의 말은 1년 만에 또 다시 스멀스멀 현실화 되고 있다.

친박계를 상징하는 홍문종 의원의 최근 행보가 가장 인상적이다. 홍 의원은 9일 비박계이면서 복당파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을 겨냥했다. 김 의원이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불가피했다”고 한 것을 두고 홍 의원은 “덩치값도 못한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홍 의원은 “(촛불집회 당시) 폭주하는 광장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자당 소속 대통령을 탄핵 상납하고 당 구성원 전체를 불구덩이로 밀어 넣고 지지자들을 도탄에 빠트렸음을 자백하고 있는 것”이라며 “(김 의원 발언은) 탄핵의 정당성을 강변하기 위해 꿰맞추다 벌어진 대형 참사”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지난달 31일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당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탄핵에 앞장 선 사람들이 대오각성하고 반성해야 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해서 탄핵을 받았나. 탄핵백서를 만들어달라”고까지 요구했다.

역시 친박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상현 의원도 9일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대한민국 바로 살리기 국민 대토론회’를 열고 공식 석상에 얼굴을 내비쳤다. 윤 의원은 이 자리에서 “친박계와 비박계의 경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되고 현 혁명정권이 나오면서 끝났다”며 “잿더미에서 ‘니가 옳다 내가 옳다’ 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이어 “돌이켜보면 과거 박근혜 정부 성공이 대한민국 성공이란 생각 아래 개인적으로 신의를 중시하는 성격 탓에 참 맹목적인 충성을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21대 총선에서 잘못하면 우리는 헌법 1조 1항에 있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사라질 수 있다”고까지 했다.

홍문종 윤상현 의원은 박근혜 정권 당시 당 사무총장과 원내수석부대표 등 요직을 지내면서 당청간 가교 역할을 맡았던 핵심 친박이다. 보수 몰락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이들이 역설적으로 ‘보수대통합’을 명분으로 당시를 합리화하며 다시 등장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 답은 우선 다음달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에서 찾을 수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색깔이 옅어졌다고는 하지만 개별 의원들의 뿌리를 찾아 올라가다 보면 한국당에는 아직도 친박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다수다. 원내대표에 의지가 있는 의원들 입장에서는 이들의 표심을 무시할 수 없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한발 앞서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나경원 의원이 윤상현 의원 토론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평생 감옥에 있을 정도로 잘못을 했느냐”고 언급해 논란이 된 것도 이를 뒷받침 한다. 좀 더 멀리 보면 내년 2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에 나설 인사들도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적어도 내년 초 전당대회까지는 핵심 친박들의 보폭이 넓어질 당내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당, 넓게는 보수의 재건을 걱정하는 당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최근 만난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5개를 잡는 출발점에 서야 할 한국당이 또 다시 2개만 잡으려는 모습만 보인다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의 말대로 보수대통합의 ‘중심성’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고.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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