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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LA교외 술집 총기난사 범인 “나를 ‘미친 놈’ 불러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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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LA교외 술집 총기난사 범인 “나를 ‘미친 놈’ 불러줬으면”

입력
2018.11.0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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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전 참전 기관총 사수 출신 전직 해병대원

사건 발생시점쯤 페이스북 게시글서 범행 예고

“총격 이후, 당신들이 할 일은 희망과 기도뿐”

범행 동기 설명은 안해… 규명작업 미궁 빠질 듯

8일 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벤투라 카운티 사우전드 오크스 시내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전날 지역 술집 ‘보더라인 그릴&바’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8일 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벤투라 카운티 사우전드 오크스 시내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전날 지역 술집 ‘보더라인 그릴&바’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사람들이 나를 ‘미친 놈’으로 불러 주길 바란다…^^.. 그냥 커다란 아이러니 아닐까? 응.. 나는 미쳤지만, 이 총격 이후에 너희들이 할 일은 ‘희망과 기도’뿐이야... 아니면 ‘내 생각 속에 머물러 있어’… 매번… 그리고 이런 일이 왜 계속 일어나는지 생각해 봐.”

7일 밤(현지시간) 미국 사회를 충격과 비탄에 빠트린 ‘사우전드 오크스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이언 데이비드 롱(28ㆍ사망)이 범행 시점에 즈음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페이스북 게시글이다. 미 CNN방송은 이 사건에 정통한 수사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9일 이같이 보도했다. 사실상 본인의 총격 범행을 예고한 셈이지만, 정작 그 이유는 하나도 설명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라(wonder)’는 질문만 던진 그는 얼마 후 12명(경찰관 1명 포함)의 목숨을 앗아간 뒤, 사건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북서쪽 벤투라 카운티 사우전드 오크스의 술집 ‘보더라인 그릴&바’에서 발생한 이 사건과 관련, 전직 해병대원 롱의 개인사가 조금씩 공개되고 있음에도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다고 볼 만한 정황들은 있으나, 이를 ‘총기 난사’의 원인이라고 직접 연결 짓는 건 무리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그가 어떤 이유로 컨트리 음악 축제를 즐기던 수백명의 평범한 대학생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는지 끝내 규명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PTSD 가능성… “살인으로 이어지진 않아” 반론도

일단 롱은 해병대 복무 당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돼 전투 임무에도 투입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CNN에 따르면 롱은 2010년 11월~2011년 6월 제3해병연대 제2전투대대 소속으로 아프간에서 복무했다. 해병대에선 2008년 8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총 4년 7개월간 몸 담았고, 2011년 상병 계급을 달았다. 기관총 사수로 복무했던 그는 컴뱃액션리본과 해병대 굿컨덕트메달 등 몇몇 상을 받기도 했다고 해병대는 밝혔다. 군에서 전역한 뒤 2016년 노스리지 캘리포니아스테이트대에 다니긴 했지만, 학위를 얻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때문에 경찰은 롱의 이런 경력을 범행 동기 규명을 위한 하나의 단서로 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WSJ는 벤투라 카운티 경찰국 제오프 딘 국장의 브리핑을 인용해 “롱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딘 국장은 “총기 난사 사건 현장은 끔찍했고, 곳곳에 피가 흘렀다”며 “비극적인, 생명의 무의미한 손실”이라고 말했다.

물론 PTSD를 직접적 원인으로 보는 건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롱과 함께 해병대에 근무했던 군목 토마스 버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PTSD는 살인의 관념을 형성하는 게 아니며, 정신병도 아니다”라며 “전쟁 임무 수행 중 겪은 외상을 롱의 행위(총격)와 성급하게 연결시키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PTSD 증세와 살인은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범행동기 아예 없을 수도”… 결정적 단서 안 나와

하지만 롱에게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측면이 있었던 건 사실로 보인다. 롱은 보더라인 그릴& 바에서 약 8㎞ 정도 떨어진 주택가에서 모친과 함께 살았는데, 한 이웃 주민은 AP통신에 “6개월 전쯤 롱의 집안에서 무언가를 부수는 듯한 소리가 들려 경찰에 신고했었다. 뭔가 집어 던지고 고함치는 소리가 났다”고 말했다. 당시는 올해 4월로, 실제로 롱의 집을 찾아갔던 경찰관은 그가 무척 화가 난 상태이긴 했지만 구금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롱의 모친 역시 아들의 행태에 대해 걱정한 적이 많았다는 게 이웃들의 전언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문제는 이 이상의 단서들이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딘 국장은 “사건현장인 보더라인 그릴&바와 롱 사이에서 (특별한) 연결점을 찾을 수 없다”며 “우리는 현 시점에서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롱의 친구들은 딘 국장과는 달리, 생전에 그와 함께 보더라인 그릴&바를 종종 찾았다면서 “롱은 항상 행복해했다” “전혀 폭력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등의 증언을 CNN에 전했다. 하지만 이 역시 범행 동기를 추정할 만한 근거가 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가디언은 “범행 동기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롱의 ‘마지막 페이스북 글’을 접한 한 지인은 CNN에 “이언이 쓴 글 같지 않다. 이 글을 쓸 때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전혀 모르겠다. 끔찍했던 생각이었던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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