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개각 한 달 만에 각료들의 잇단 자질 논란에 궁지에 처했다. 아베 총리가 개각 직후 “전원야구 내각”이라며 자화자찬한 것에 빗대 “전원폭투 내각”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다. 야당들도 내년 지방선거와 참의원 선거를 염두에 두고 임시국회에서 흠결 있는 각료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어 아베 총리의 고민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야권의 최우선 타깃은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올림픽 담당장관과 가타야마 사쓰키(片山さつき) 지방창생장관이다. 공교롭게 사쿠라다 장관은 지난 2016년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직업적 매춘부였다”고 주장해 한국 정부의 공식 항의를 받았고 가타야마 장관도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연행 사실을 부정하고 소녀상 철거운동을 주도한 전력이 있다.
사쿠라다 장관은 지난 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자신에게 올림픽 담당장관에 적합한지를 묻는 렌호(蓮舫) 입헌민주당 참의원 간사장에게 스스로 “왜 장관으로 뽑혔는지 저도 모르겠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 2020년 도쿄(東京)올림픽 예산을 묻는 질문에는 “1,500엔(약 1만5,000원)”이라고 답한 뒤 서둘러 “1,500억엔(약 1조5,000억원)”이라고 수습하는 모습도 모였다. 도쿄올림픽의 비전을 묻는 질문에도 쩔쩔매는 등 TV로 생중계된 회의를 통해 전국민적 망신을 샀다. 그는 회의 후 답변에 시간이 걸린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 “사전에 야당으로부터 질문 통보가 없어 몰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쿠라다 장관은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야당의 사전 통보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당시 답변을 철회하는 등 또 한번 말을 주워담았다. 이날도 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이어 렌호 간사장의 이름을 “렌포”라고 부르는 실수까지 저지르자,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사이토 테츠오(斎藤鉄夫) 간사장은 “사람의 이름을 정확히 부르는 것은 인간의 기본”이라고 사쿠라다 장관을 비판했다.
그는 또 일본 정부가 이달말 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 관련회의에 김일국 북한 체육상의 입국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 “총리 관저와 외무성이 정할 일로 내 소관이 아니다”고 답했다가 지적을 받기도 했다. 7선(選)의 경력이 무색할 정도로 반복되는 그의 실수에 야권은 “준비가 부족하니 사퇴해야 한다”, “공부를 더 하고 오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유일한 여성 장관으로 입각 당시 주목 받은 가타야마 장관은 2015년 한 기업으로부터 100만엔(약 1,000만원)을 받고 국세청 관계자에게 전화해 이 회사의 세금 문제에 대해 민원을 넣었다는 의혹이 한 주간지를 통해 제기됐다. 그는 이날 중의원 내각위원회에서 회사 경영자로부터 100만엔을 수령했다고 밝힌 세무사에게 비서용 국회 통행증을 대여한 사실과 관련해선 “경솔했다, 매우 반성하고 있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세무사가 자신의 비서가 아니라고 거듭 주장했다.
또 지방창생(활성화)을 담당하는 각료이면서도 임명 이전 일본 주요 4개 섬 중 하나인 시코쿠(四國)를 ‘외딴 작은 섬’이라고 비하했던 사실이 드러났고, 자신의 책을 소개하는 광고판을 마치 선거 유세 포스터처럼 만들었던 사실이 밝혀져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최근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발언했던 미야코시 미쓰히로(宮腰光寬) 오키나와ㆍ북방영토 담당장관은 2007년 자민당 의원들이 머무는 아파트에서 알몸으로 활보했던 흑역사가 들통나 망신을 샀다. 또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자민당 도야마(富山)현 지부가 행정처분을 받은 기업으로부터 36만엔(약 360만원)의 기부를 받은 일로 비판 받고 있다.
이밖에 와타나베 히로미치(渡邊博道) 부흥장관은 정치 후원금 문제, 시바야마 마사히코(柴山昌彦) 문부과학장관은 제국주의 교육의 핵심으로 인식돼 온 ‘교육칙어’에 대한 긍정적인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도쿄신문은 이날 아베 내각 각료들의 자질 부족과 비리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전원야구 내각이 아니라 전원폭투 내각이라고 비꼬았다. 전원야구는 주전과 후보, 포지션에 상관없이 총력전을 펼치는 것을 뜻하는 일본의 야구용어다. 그러나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이 아니라 자민당 총재선거 당시 아베 총리를 지지해 준 계파에 장관 자리를 배분하다 보니 이 같은 상황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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