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불필요한 논란을 뚫고 일본 가요계 점령기를 이어간다.
방탄소년단은 9일 방송되는 일본 아사히TV 음악 프로그램 '뮤직스테이션'에 출연하지 않는다. 이 소식은 하루 전인 지난 8일에야 '뮤직스테이션' 측으로부터 전해졌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또한 일본 공식 팬클럽 사이트를 통해 출연 보류 소식을 알리며 "팬들에게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돼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뮤직스테이션' 측에서 든 이번 방탄소년단 출연 보류의 이유는 과거 멤버 지민이 사복으로 착용한 티셔츠 디자인이다. 지민은 2년 전 공항에서 광복을 맞아 우리나라 국민들이 만세를 부르는 모습과 일본에서 발생한 원폭투하 장면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었고, 이 모습을 포착한 사진이 또 다른 멤버 RM의 광복절 기념 트위터 게시글 중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구절과 함께 일본 극우 단체의 어처구니 없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민의 티셔츠와 RM의 게시글 모두 문제의 여지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방탄소년단이 일본을 비판했다는 주장 자체가 과잉 해석이라는 것. 서경덕 교수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를 통해 "방탄소년단의 말 한마디가 전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한 트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물론 일본 현지의 일부 방탄소년단 팬들 또한 SNS에 "방탄소년단 지켜줄게요"라는 해시태그를 게재하며 '뮤직스테이션'의 결정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이런 응원에 힘 입어 방탄소년단은 또 다른 방식으로 일본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측 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방탄소년단의 일본 돔 투어는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밝혔고, 일본 팬클럽 사이트로도 "앞으로도 더 좋은 음악과 무대로 팬 여러분과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뮤직스테이션'의 견제에도 일본에서 방탄소년단이 설 무대는 많다. 방탄소년단은 최근 아홉 번째 일본 싱글로 오리콘 데일리 싱글차트 정상을 차지했고, 오는 13일과 14일 도쿄돔을 시작으로 오사카 쿄세라돔, 나고야돔, 후쿠오카 야후오쿠돔 등에서 단독 콘서트 투어를 펼친다. '뮤직스테이션' 출연 여부와 상관 없이 방탄소년단은 건재한 차트 성적 및 티켓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세계적인 활동에 '뮤직스테이션' 출연 보류 건은 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의 주요 프로그램 및 시상식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방탄소년단에게 이번 논란은 불필요했다. 그러므로 큰 타격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탄소년단은 일본 가요계에서도 변함없이 자신들의 길을 걷고 있고, 오히려 '뮤직스테이션'과 일본 극우 단체가 신뢰를 잃었을 뿐이다. 방탄소년단 흠집내기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누구의 흠집도 낼 수 없는 의미 없는 논란이지만 더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