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과 거짓말.
국가대표 수비수였던 장현수(27ㆍFC도쿄)는 우리 사회가 가장 민감해하는 두 영역을 건드려 ‘철퇴’를 맞았다.
그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특례 혜택을 받았다. 병역법에 따라 일정한 군사 교육과 함께 34개월 동안 544시간의 체육봉사활동을 이수해야 하지만 이 중 196시간의 봉사활동 증빙 서류를 조작했다. 폭설이 내린 날 깨끗한 운동장에서 훈련하는 모습과 구름모양, 축구장비 위치, 인상착의 등을 미뤄볼 때 같은 날에 여러 장 찍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진들이 발견됐다.
한 언론에서 10월 초 이 문제를 처음 보도했을 때 대한축구협회 관계자가 장현수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그는 당시 일부 사실을 시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정감사에서 해명을 요구하자 봉사활동은 했지만 자료에 착오가 생겼다는 식으로 발뺌하다가 뒤늦게 실토했다. 사회적 공분이 일어난 건 당연하다. 장현수가 러시아월드컵에서 잇달아 실수를 저질러 ‘국민 욕받이’가 됐던 상황까지 맞물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장현수를 가까이서 오래 봐온 축구대표팀 스태프 중 한 명은 “진중하고 바른 친구였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느냐”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자신이 받은 병역특례가 일반인들과 비교하면 얼마나 큰 혜택인지 깨닫지 못했다. 사회가 준 배려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히려 더 많은 봉사를 하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도 간과했다. 거짓말이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지 개념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축구협회는 장현수에게 국가대표 자격 영구 박탈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그의 기량을 높이 샀던 파울루 벤투(49ㆍ포르투갈) 국가대표 감독도 기자회견에서 “장현수의 남은 선수 경력(프로)에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고 사실상 ‘굿바이’ 인사를 했다. 앞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장현수는 볼 수 없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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