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시 연방대법원 6대3 보수 우위 예상
미국 연방대법원의 진보 성향 대표주자로 올해 85세 최고령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집무실에서 넘어져 갈비뼈 3개 골절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긴즈버그 대법관이 직무 수행이 불가능해질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수 대법관을 후임으로 임명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언론이 그의 건강 상태를 초조하게 지켜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연방대법원의 캐시 아버그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긴즈버그 대법관이 이날 오전 조지워싱턴대 병원에 입원했다고 밝혔다. 아버그 대변인에 따르면 긴즈버그 대법관은 전날 집무실에서 넘어진 후 무난히 귀가했으나 불편함을 느껴 다음날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고. 갈비뼈가 부러진 것을 확인해 관찰 및 치료를 위해 입원했다. 아버그 대변인은 연방대법원은 11월 26일까지 다음 재판 일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1993년 연방대법관이 된 긴즈버그는 5대4로 이미 보수 우위인 연방대법원에서 자유주의 진영의 대표 판사다. 만약 긴즈버그 대법관이 직무 수행이 불가능해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보수 성향의 판사를 대법관으로 임명할 가능성이 높고, 공화당 우위인 상원에서도 무난히 인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사형이나 낙태, 총기 규제, 성소수자의 권리, 투표권, 대통령 권한 남용과 같은 굵직한 의제의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긴즈버그 대법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어, 꾸준히 운동하며 자신의 건강에 신경을 써 왔다. 올해 7월 뉴욕의 한 모임에서는 90세 생일 이후로 은퇴를 미루겠다며 최소 5년은 더 자리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미국 자유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이름 약자인 RBG와 미국 유명 래퍼 노토리어스(악명 높은) B.I.G.의 이름을 이용해 ‘노토리어스 R.B.G.’라는 별명도 있다. 재임 기간 여성과 성소수자, 인종 차별에 대항하는 판결에 공헌했으며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이 인준 절차를 밟던 당시에는 성폭력 피해 폭로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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