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환경미화원은 고소 취하 후 직종 변경
감사 “돈 일부 보전하겠다” 약속만 하고 이행은 감감
경찰은 “관리부실, 횡령아니다”고 면죄부
서구청 “우리 책임없다”
대구 서구청 환경미화원 100여 명의 복지회 기금 5억원이 행방불명된 사건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복지회 전 회장과 경리직원을 고소한 환경미화원은 느닷없이 고소를 취하한 후 직종이 변경됐고, 복지기금 감사들은 사라진 돈 일부를 보전하겠다고 이행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관리부실이지, 횡령은 아니다”고 면죄부를 줬고, 서구청은 “우린 책임없다”고 발뺌하고 있어 환경미화원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서구청 환경미화원 A씨는 지난 6월 환경미화원 복지기금을 관리한 전 복지회장 B씨와 경리 C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129명의 환경미화원이 10여 년 전부터 월급에서 5만~15만원씩 공제한 복지기금 대부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환경미화원에 따르면 복지회비 기금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지난 3월 내부감사 때 회계장부를 확인한 A씨는 기금의 수입지출이 전혀 맞지 않고 복지기금 5억3,000여 만원 중 3,000여 만원만 남아있었다는 것을 확인한 후 고소를 했다.
하지만 A씨는 한 달 후인 7월쯤 고소를 취하했고, 직종이 환경미화원에서 운전직으로 전환됐다. 경찰도 “B, C씨가 복지회비를 부실하게 관리해 조합원들에게 손해를 끼친 것은 맞지만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은 없다”며 횡령 혐의에 면죄부를 줬다.
그 후 복지기금 감사 6명은 “횡령은 하지 않았지만 도의상 각각 1,000만~3,000만원의 돈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환경미화원들이 단체행동에 들어간 지난달 말 복지회 전 회장이 1억원을 내는데 그쳤을 뿐 감사들은 아무도 돈을 내지 않았고, 모두 내더라도 전체 손실액에 비해 턱없이 적은 규모다.
환경미화원들은 A씨가 고소를 취하한 때부터 일이 엉뚱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보다 먼저 입사한 환경미화원이 30명 가까이 되는데도 A씨만 예고없이 운전직으로 보직이 전환됐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A씨는 “환경미화원 대부분이 ‘고소 취하해서 70~80%라도 건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해서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미화원들은 이를 부인했다.
환경미화원들은 서구청 책임론도 주장하고 있다. 한 환경미화원은 “서구청은 복지회비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올 3월까지 복지회비를 환경미화원의 월급에서 원천징수했다”며 “서구청 청소과장이 환경미화원 교육장에서 ‘복지기금은 좋은 제도이니 더 많이 내고 혜택을 더 받으라’고 독려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구청 관계자는 “A씨는 정당한 절차에 의해 운전직으로 전환됐고, 복지기금은 노조요청에 따라 원천징수 했다”며 “법률 자문을 받아보니 서구청은 복지기금 사건과 전혀 상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환경미화원들은 복지회 전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다시 고소할 계획이어서 이번에는 진상규명과 복지기금 원상복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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