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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지원 당근, 사립유치원 법인화 유도… 현실적 공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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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지원 당근, 사립유치원 법인화 유도… 현실적 공생을”

입력
2018.11.14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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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원 사태 해법 “공영형ㆍ매입형보다 법인화를” “자율형ㆍ임대형도 대안” 

이달 6일 오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립유치원 비리근절 및 공공성 강화를 위한 열린 간담회'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맨 왼쪽)이 발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달 6일 오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립유치원 비리근절 및 공공성 강화를 위한 열린 간담회'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맨 왼쪽)이 발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와 사유재산 보호를 함께 고려하자.” 이낙연 국무총리의 최근 이 발언이 논란을 불렀다. ‘유치원 돈으로 명품가방을 사고 성인용품을 사는 원장들의 사유재산을 보호해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원성이었다. “사립유치원의 양면성을 말한 것일 뿐”이라는 이 총리의 해명에 논란은 일단락됐고, 사립유치원을 향한 전방위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당국은 “폐원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연일 채찍을 내리치고 있고, 국회에서는 이른바 ‘박용진 3법’ 제정 논의가 한창이다. 비리 당사자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저항은 가뜩이나 성난 여론에 더욱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하지만 모든 유치원을 국공립으로 전환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면, 사립유치원과 공생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은 필요하다. 그동안 구멍이 숭숭 뚫려있던 감시망을 촘촘히 다시 채우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수십억원의 재산을 들여 유치원을 차린 이들을 모두 죄인으로 내몰고 퇴로까지 완전 차단해서는 같이 가기 힘들다는 의견들이 조금씩 고개를 든다.

 ”재정지원으로 법인화부터 유도” 

교육당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국공립회계시스템 ‘에듀파인’ 사용 등 회계 투명성 확보는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고, 경영상 어려움이 있는 경우 공영형(국공립 수준의 정부 지원을 받되 회계투명성도 같은 수준으로 관리)과 매입형(유치원을 아예 사들여 국공립유치원으로 변경해 운영)으로 갈아타라고 한다. 하지만 대개 시세보다 낮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계산하는 매입형도, 법인화를 전제로 한 공영형도 선뜻 내켜 하지 않는 게 사립유치원의 현실이다. 폐원을 결정한 수도권 A유치원에서 일하는 원장은 “법인화를 하면 개인 재산이 법인으로 가 손해를 본다고들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도움이 필요한 사립유치원들이 자발적으로 법인화를 선택하도록 유인책부터 만들자고 말한다. 법인이 사인 형태보다는 경영 투명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 정부가 생각하는 사립의 공공성 확보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사립유치원 중 법인이 운영하는 곳은 5.7%에 그친다. 원아 충족률이 낮아 경영의 어려움을 겪는 사립유치원들에게 재정 지원을 먼저 해주면서 법인화로 유도하는 방법이다. 최은영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본 사례처럼 한시적으로 몇 년간 재정 지원을 해주면서 법인화를 준비할 수 있게 해야지 몰아간다고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인화 요건을 완화하는 안도 있다. 현재는 법인화를 위해 설립자 명의의 유치원 용지·건물 등을 법인 명의로 바꾸고 전년도 수익의 절반을 예금 등으로 출연하는 법인 명의 수익용 재산도 만들어야 하는데, 특히 소규모 유치원 설립자들은 수익용 재산 출연을 부담스러워 한다. 교육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법인화 요건 완화를 검토 중이지만 아직 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자율형ㆍ임대형 유치원을”

지원을 아예 없애고 교육과정의 질만 관리하는 일종의 ‘자율형 사립유치원’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의도연구원은 “다양한 교육 과정을 원하는 학부모 수요를 반영하고, 개인 자본으로 설립된 교육기관을 인정하는 의미에서 자율형 유치원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수익을 낼 수 있을 만큼 수업료를 받아 운영하라는 것이다. 일정 교육과정과 교육환경을 준수하면 ‘정부 인증’을 줘 공공성을 살리는 방식도 제안했다. 다만 이런 방식은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이 50~60% 이상이 됐을 때, 학부모 선택권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사립유치원들이 요구하는 ‘공적 사용료(설립자가 건물 임대료 명목으로 유치원 공금에서 받아가는 돈) 인정’은 어렵지만 대신 수익을 어느 정도 보전할 출구를 주는 대책도 제시된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폐원하려는 유치원을 정부가 매입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단시간에 모두 살 수 없다”며 “정부가 유예기간을 두고 부동산 매입을 약속한 후 그 기간 운영을 지속하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재정 지원을 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시적으로 임대료에 상응하는 지원을 해 유치원 경영을 유지시키자는 것이다. 현재 사립학교법(제28조)에 따라 유치원 건물처럼 학교 교육에 직접 사용되는 교육용 재산은 매도하거나 담보에 제공할 수 없다. 다만 유치원 운영권과 함께 건물과 부지 등 재산을 양도ㆍ양수 할 수 있고, 폐원을 하면 해당 재산을 개인 설립자가 원하는 대로 처분할 수 있다.

임대형 역시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학춘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교수는 “비리유치원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지금처럼 문을 닫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데다 실제 문제 있는 사립유치원을 청산하는데도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며 “국가가 유치원 경영권ㆍ교육과정 운영권을 갖되 사립유치원 건물만 임대하는 ‘임대형 공영유치원’등 모델로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조화를 고민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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