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날 똑같이 지진이 날 리가 있냐’고 하지만 부모 입장에선 걱정이 되죠.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수능 당일엔 고사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생각입니다.” 고3 자녀를 둔 포항 주민 염모(53)씨는 자신의 걱정이 혼자만의 우려는 아니라고 말했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되는 15일은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지 딱 1년째 되는 날. 피해는 상당부분 복구됐다지만, 지난해 수능 연기 사태의 충격은 이 지역 수험생ㆍ학부모에겐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 염씨의 설명이다.
경상북도교육청 역시 같은 심정으로 올해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 11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포항은 물론 2016년 규모 5.8의 지진을 겪었던 경주 지역 고사장에서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포항 지진 이후 매일 지진 상황을 모니터링 해왔는데, 지난 9월 17일 포항에서 규모 2.4의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지난달 25일에도 경주에서 규모 2.3의 지진이 감지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포항ㆍ경주지역 22개 고사장은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이례적으로 2차례의 안전점검을 받았다. 수능 전엔 교실 스피커 작동 여부 등 고사관리 관련 점검만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엔 교육청 자체 안전점검에 이어 교육부의 민관합동점검반까지 투입돼 교내 진입로 및 건축물 변형ㆍ추락방지 여부, 재난대피로 등을 확인했다.
또한 도교육청은 수능 전날부터 시험 당일까지 포항ㆍ경주 고사장 전체에 지진가속도계측기를 설치하고 모니터링 하기로 했다. 박병욱 장학관은 “지진이 났다고 해도 각 고사장에서 느끼는 정도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지역별로 실제 진도를 측정해 고사진행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시험장에는 전문상담사도 배치된다. 2016년 지진으로 건물에 큰 피해를 입었던 경주여고의 관계자는 “여전히 불안을 호소하는 학생도 있어 꼭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교육부도 올해 처음으로 수능 예비문항을 만드는 등 예상치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왔다. 지난해엔 수능문제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이 연기됐지만, 만약 문제가 노출된 뒤 수능을 연기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문제지를 두 세트씩 만들어둔 것이다. 지난해 2차 수능 때부터 도입된 지진대피요령 사전안내방송도 올해부터는 필수사항이 됐다.
이처럼 교육당국이 여러 대책을 마련했지만, 정작 내진보강공사 진행은 더딘 편이다. 교육부는 전국 초ㆍ중ㆍ고ㆍ특수학교 시설의 내진성능확보율(내진율)을 높이겠다며 지난해보다 700억원 늘린 3,500억원의 관련 예산을 각 시도교육청에 지원했다. 그러나 내년 2월 내진율 100% 달성 예정인 포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역은 올해 예상 내진율이 30%대에 그친다. 지난해 말(24.9%)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제주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가 올해 상반기에야 ‘학교시설 내진성능평가 매뉴얼’을 보급해 보강공사 전 단계인 성능평가부터 시행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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