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올해 생산분부터 적용되는 쌀 목표가격을 19만6,000원(80kg 기준)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야당과 농민단체는 목표가격을 20만원대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목표가격이 추가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농림축산식품부는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2018~2022년산 쌀 목표가격을 19만6,000원으로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농식품부가 현행법을 근거로 책정한 목표가격(18만8,192원)에 2012~2017년 소비자물가 상승률(6.3%)을 반영한 것이다. 쌀 목표가격은 ‘농업소득 보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산지쌀값이 목표가격에 못 미쳤을 경우 농가에 차액의 85%를 보전해 주기 위해 설정하는 기준으로 5년마다 재설정한다.
현행법상 목표가격은 5년간 쌀 수확기 평균가격의 변동을 반영해 국회 동의를 거쳐 변경하게 돼 있는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쌀 목표가격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기로 공약한 바 있다. 다만 농업소득보전법 개정이 늦어지면서 국회엔 정부가 현행법에 따라 책정한 가격안에 제출된 상황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완주 의원은 “여당이 국회 논의를 주도해 쌀 목표가격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쌀 목표가격을 상향 조정하려는 건 야당도 마찬가지다. 정의당은 목표가격을 22만3,000원, 민주평화당은 24만5,0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제출한 상태다. 농민단체도 대부분 20만원대로 인상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당정이 공약을 반영한 합의안을 내놓긴 했어도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목표가격이 더 올라갈 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
쌀 목표가격을 올리려는 시도가 본격화되면서 쌀 시장이 더욱 심각한 공급과잉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쌀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벼 대신 다른 작물 농사를 유도하는 쌀생산조정제를 시행 중이지만, 쌀 목표가격 인상이 직불금 증가로 이어지면 농가 입장에선 쌀 생산을 포기할 유인이 줄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쌀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가 시장 격리 등 조치를 취하면 다시 쌀값이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당정은 쌀 수급불균형 우려 해소 차원에서 이날 직불제 개편 방안을 함께 내놨다. 경영 규모에 비례해 지급되는 현행 직불금 구조를 바꿔 쌀농가 및 대규모 농가에 직불금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조치다. 개편안에는 소규모 농가엔 경영규모에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그 이상의 농가는 경영규모에 따라 역진단가를 적용해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쌀과 밭 직불제를 통합해 모든 작물에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고, 농약ㆍ비료 사용기준 준수 등의 의무를 이행하는 농가에 한해 직불을 지급해 제도의 공익적 가치를 높이기로 했다. 당정은 연말까지 직불제 개편안을 확정하고 내년 관련법 개정을 거쳐 2020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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