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예멘 난민에 혐오 발언 증가… “처벌규정 마련 필요”
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사회에 심각한 인종차별이 존재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에 제출했다. 불법체류자 같은 인종차별적 표현이 법적 용어로 쓰이고 제주도 예멘 난민 신청 급증으로 인종 혐오 발언이 증가한 점을 주요 사례로 들며 인종차별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국내 인종차별 상황 모니터링 결과와 향후 나아갈 방향을 담은 독립보고서를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의결, 유엔에 냈다고 8일 밝혔다. 보고서는 유엔 CERD가 26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진행하는 정부보고서 심의 참고용으로 마련됐다. 1969년 설립된 유엔 CERD는 179개 가입국이 협약 이행을 위해 취한 입법 사법 행정 등의 조처와 개선사항이 담긴 정부보고서를 심의한다.
보고서는 △’불법체류’ 용어 사용 지양 △인종차별 행위 처벌 규정 마련 △난민보호시스템 도입 △이주아동의 기본권 보호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결혼이주여성 권리 강화 △이주노동자 인권증진 등 20개 쟁점에 대한 인권위의 평가와 의견을 담았다. 예컨대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등 현행법에 버젓이 사용되는 불법체류라는 용어는 외국인들을 법적, 제도적인 보호에서 제외시켜 인권침해에 취약한 집단으로 만들고 우리사회의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2016년 7월 불법체류자 대신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표현을 쓸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아울러 내전을 피해 올해 제주에 들어온 예멘 난민 신청자 561명을 향해 표출된 한국사회의 인종차별적 인식을 우려했다.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무사증 입국ㆍ난민신청허가 폐지 및 개헌 청원’이 올라온 데 이어 일부 국회의원의 난민법 폐지법안 발의, 일부 언론과 미디어의 선정주의 보도를 대표사례로 꼽았다.
보고서는 ‘인종차별철폐협약 등에는 인종차별 범죄를 처벌할 근거가 마련됐지만 한국사회에서 인종차별을 예방하거나 규율할 수 있는 공식 법제가 미비하다’며 ‘우리사회에 외국인 혐오와 인종주의는 결코 관용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는 인식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인종차별을 범죄화하고 위반할 경우 경중에 비례하는 처벌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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