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않은 여행기
정숭호 지음
HMG퍼블리싱 발행ㆍ304쪽ㆍ1만3,000원
가지 않고 쓴 여행기라니. 상상 여행의 나침반은 유명 문학이었다. 체코 출신 작가 밀란 쿤데라가 쓴 ‘웃음과 망각의 책’ 5부 ‘리토스트’. ‘눈물’의 ‘볼록렌즈’란 표현에서 뜻밖의 여행은 시작된다. 프랑스 렌에 도착한 이방인이 프라하 쪽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이는 대목이다. 쿤데라는 정치적 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1977년 프랑스로 이주했다. 유독 외국인이 많이 사는 소설 속 렌과 고향을 떠난 작가가 타향에서 느끼는 외로움... 향수가 낳은 눈물은 눈에 볼록렌즈처럼 맺혀 내 앞의 비극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저자가 가상과 현실을 오가며 엮은 ‘인문 여행기’다. 구구절절 경험만 늘어놓은 여느 여행기보다 새롭고 사려 깊다. 사람과 낯선 장소가 교직해 만든 흔적이 여행기다. 신문사 미국 특파원 재직 시절, 가족을 그리며 눈물의 볼록렌즈를 체험한 저자가 경험담을 녹여 울림은 더한다. 상상 여행인데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묘한 책이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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