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탑이 역사성을 가지려면 발생 장소에 있어야 하는게 맞지 않나요.”
자유당 정권의 독재와 불의에 항거한 충청권 최초의 학생운동으로 4.19 혁명의 도화선으로 알려진 ‘대전 3.8민주의거’가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며 기념탑 설치 장소의 적절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8일 대전시에 따르면 3.8민주의거 기념탑은 2006년 7월 서구 둔지미공원 내 3,300㎡ 부지에 높이 25m로 건립됐다. 건립비로 대전시 5억원, 대전지방보훈청 3억원 등 모두 8억원이 지원됐다.
하지만 3.8민주의거를 주도한 대전고등학교나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던 중구 지역과 무관한 장소에 세워지면서 중구지역민들을 중심으로 기념탑 위치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박용갑 중구청장은 “지역간 갈등으로 비쳐질까 조심스럽긴 하지만 3.8민주의거 기념탑이 아무 연관성도 없는 곳에 세워진 것이 맞지 않은 거 같다”며 “무슨 사정이었는지 모르지만 대전고 교정이나 학교 인근 서대전시민공원, 보문산 등에 건립했어야 맞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현시점에서 기념탑 설치 장소를 문제삼고 이전론을 제기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기념탑이 세워진지 오래되었고 둔지미 공원 명칭을 ‘3.8민주의거 둔지미공원’으로 변경하는 것도 국가지명위원회 통과만 남겨놓고 있어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것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2006년 기념탑을 건립할 때 서대전시민공원도 주요한 후보지의 하나였는데 사유지 문제 등이 걸려 무산됐다”며 “기념탑이 세워지고 둔지미공원 이름 변경을 추진하면서 현재의 위치도 나름의 역사성을 갖추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념탑 이전보다는 3.8민주의거 기념관 건립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좀더 효과적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3.8민주의거는 1960년 3월 8일 대전공설운동장에서 열리는 야당 부통령후보 선거연서로회에 맞춰 대전고등학교 학생 1,000여명이 거리로 나와 자유당 독재와 부패에 항거하며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며 촉발됐다. 이어 대전상고 등 지역 고교생들이 합세해 3월10일까지 민주와 시위를 벌였다. 4.19혁명의 도화선으로 평가받으면서도 대구 2.28의거, 마산 3.15의거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초부터 3.8민주의거 국가기념일 지정 범시민운동이 전개되면서 지난 2일 49번째 국가기념일로 공포됐다.
글 사진 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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