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낼 돈이 없어 항소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북 전주시에서 완구용 총기판매업체를 운영하는 정기정(41)씨는 최근 서울에 오는 일이 잦아졌다. 2016년 9월 조준경 220개를 서바이벌게임용 총 부품으로 허위 신고하고 국제우편을 통해 들여오려 한 혐의(관세법 위반)로 기소돼 1심에 이어 올 9월 2심에서도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은 것에 대해 항소하기 위해서다. 소송 준비비용이 벌금보다 더 들고, 품도 드는데도 정씨는 단호했다. “지침대로 했는데 잘못된 판결로 무기 밀수업자로 몰린 게 억울합니다.”
정씨가 말하는 지침은 ‘겨냥용 조준점과 배율확대기능이 동시에 있어야 총포용 조준경에 해당한다’는 경찰 시행지침을 가리킨다. 경찰 기준을 적용하면 정씨가 수입하려 한 조준경은 배율확대기능이 없기에 총포용으로 볼 수 없다. 총포검사를 담당하는 경찰청 산하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총포협회) 관계자 역시 “배율확대기능이 없다면 무기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경찰특공대에서 배율확대기능이 없는 조준경을 총기에 부착해 사용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2016년 당시 정씨가 수입하려던 제품이 총포용 부품으로 판단된다는 검사 결과를 총포협회가 세관에 회신했다는 사실도 거론했다. 1, 2심 모두 “(정씨의 조준경은) 수입하려면 법률상 경찰청장 허가를 받아야 하는 무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정씨는 “당시 총포협회 회신은 제작업체를 실제 총기제작회사로 잘못 알고 보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총포ㆍ도검ㆍ화약류등의안전관리에관한법률(총포화약법)이 조준경의 정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게 분란의 씨앗으로 지적된다. 법원은 관련 협회나 수사기관의 그때그때 판단을 가지고 해당 제품이 무기인지, 장난감인지를 판단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총포만 해도 탄환 크기, 발사 속도 등이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다. 대한서바이벌스포츠협회 관계자는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선 총포화약법 개정 전 단계로, 서바이벌게임용 총기부속품 규격 등을 법으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바이벌게임에 관한 법률은 지난 국회에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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