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출시 10주년을 맞아 애플리케이션 조사업체 ‘앱애니’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 국내 소비자 지출액 기준 1위를 차지한 앱은 ‘카카오톡’이었다. 그러나 2위는 '눈데이트', 3위는 '아만다'였다. 이 외에도 ‘앙톡’(7위) ‘당연시’(9위) ‘이음’(10위) 등이 10위 안에 포함됐다. 모두 데이팅앱이다. 국내 앱시장 소비자들이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하는 앱 상위 10개 중 절반이 데이팅앱인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앱애니는 “데이팅앱이 상위에 오른 결과는 전세계 모바일앱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2017년 iOS(아이폰 운영체제)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합산 상위 5개 데이팅앱의 전세계 소비자 지출은 전년 대비 두 배나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것은 데이팅앱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동안 한국 사회에서는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세대’라는 신조어가 널리 유행했다는 점이다. 청년세대는 먹고 살기도 힘들다며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겠다고 외쳤지만 연애까지 포기하진 않은 셈이다.
연애는 매우 비효율적인 관계 맺기다. 호감을 느끼는 상대를 만나 알아가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까지 상당한 시간과 자본이 소요된다. 데이팅앱은 이런 ‘비효율적 연애’를 ‘효율적 연애’로 바꿔준다. 상대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데 들어가는 돈, 시간,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현실에서는 호감 가는 상대에게 말 한마디 못 붙이는 소심한 사람들도 가상 세계에서는 손가락 터치 한 번으로 관심을 표현할 수 있다. 관심을 끌고 인기를 얻기 위해 새로운 옷을 사고 치장을 할 필요도 없어졌다. 잘 찍힌 프로필 사진 한 장만 있으면 얼마든지 데이트 신청을 받을 수 있는 게 데이팅앱이 부리는 마법이다. 친구 또는 지인에게 소개팅이나 미팅을 구걸하지 않아도 자력으로 데이트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효율성을 더해 준다. 오프라인 매장보다 싼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에 로그인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데이팅앱에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벼운 만남이 확산되고 데이팅앱을 악용해 미성년자를 성폭행하는 범죄도 종종 발생한다. 불량한 가입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다면 데이팅앱은 연인이나 동반자를 찾기 위한 도우미가 아니라 즉석만남을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양면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더 쉽고 빠른 만남을 계속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데이팅앱의 성장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선 데이팅앱의 기술이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위치정보를 활용해 근거리에서 짝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과거 중매자가 했던 성격ㆍ성향 분석을 알고리즘이 대신해 주는 것은 이미 고전이 됐다. 데이팅앱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과 결합해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하는 수준까지 나아간다면 잠재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불량 회원들을 거르는 기술도 이미 개발됐다.
스마트폰 사용자도 계속 넓어지고 있다. 10대, 20대 시절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한 세대가 어느덧 결혼 적령기인 30대에 접어들었다. 이들에게 앱을 통해 짝을 만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40대 이상 세대도 초혼, 재혼을 위해 데이팅앱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삼포세대라는 말이 유행하는 시대에도 데이팅앱은 크게 성장했다. 결혼, 출산과 달리 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연애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짝을 찾아 헤매는 과정을 효율적으로 단축시켜주는 기술이 있다면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이명길 연애칼럼니스트 겸 사이다연애상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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