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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은 선거 중] 트럼프, 기울어진 운동장 덕에 이룬 ‘그들만의 승리’

입력
2018.11.08 17:00
수정
2018.11.08 22:0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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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공화당 게리맨더링이 방패 역할

상원 결과도 인구 구도에 갈려 호ㆍ불호 양극화 심화된 가운데

선거 한 달 전부터 유권자 결정… 2020년까지 교착 이어질 듯

2018년 미국 연방 상ㆍ하원 의원 선거 승리의 결정요인. 한국일보 그래픽뉴스부.
2018년 미국 연방 상ㆍ하원 의원 선거 승리의 결정요인. 한국일보 그래픽뉴스부.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7일 백악관에서 중간선거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7일 백악관에서 중간선거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 결과는 공화당의 상원 수성과 하원의 민주당 탈환으로 요약된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위대한 승리”라고 자축했지만, 미국 주요 언론은 미국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도 평가한다. 무엇이 더 진실에 가까울까.

역사적으로 중간선거는 대통령의 무덤이었다. 1946년부터 2014년까지 대통령이 속한 정당은 평균 상원 4.1석, 하원 25.6석을 잃어버렸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당선 이후 하락했던 것이 주 원인이었다. 그렇다면 2018년 중간선거에서 후보자들의 당락과 해당 지역구 유권자들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를 비교해보자. 하원의 경우 대통령에 우호적인 지역구 중 87.7%에서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었고, 적대적 지역구 중 89.7%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상원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이번 중간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이번 중간선거는 기울어진 경기장이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매우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보다 압도적인 승리가 불가능했다. 오히려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의석 수를 늘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낮은 인기가 선거 결과에 반영되지 않은 가장 큰 요인은 선거구 획정이다. 2010년 인구조사 후 진행된 선거구 획정에서 당시 주 의회를 대부분 장악하고 있던 공화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선거구를 만들어 놓았다. 하원 지역구가 공화당에 편파적인 지역 대부분(95.8%)에서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반 트럼프 정서를 막아줄 든든한 방패막이였던 셈이다. 반면 특정 정당에게 유리하지 않았던 총 79개 선거구 중 55개(69.6%)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더 잘 반영한다고 하겠다.

상원 지역구는 주 전체이기 때문에, 주의 인구가 많고 적음이 역사적으로 중요했었다. 이번 선거의 경우, 공화당은 인구가 많은 주 7개 중 2개(28.6%) 지역에서만 승리했다. 반면, 인구가 적은 주에서는 16개 중 7개(43.8%)에서 이겼다. 선거구도가 공화당에게 유리한 주가 더 많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유권자 사이에서 ‘반 트럼프 정서’가 뚜렷했어도, 민주당이 상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지 못한 요인이 되었다.

현역의원의 출마 변수도 중요했다. 하원의 경우 민주당 현역의원 97.1%가 재선에 성공했는데, 공화당도 이에 못지 않았다. 총 200명 현역 의원이 출마해서 168명(84.0%)이 살아 돌아왔다. 상원도 민주ㆍ공화당 모두 현역의원이 80%의 재선 성공률을 보였다. 상ㆍ하원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심판하겠다는 의지가 완전히 실현되기 어려운 구조적인 상황이었던 것이다.

낸시 펠로시(오른쪽) 미국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가 7일 새벽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한 것과 관련, 벤 레이 루한 선대의장의 손을 잡고 기뻐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오른쪽) 미국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가 7일 새벽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한 것과 관련, 벤 레이 루한 선대의장의 손을 잡고 기뻐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요컨대 2018년 중간선거는 선거 운동을 통해 유권자들을 설득했던 선거가 아니고, 선거가 시작되기 오래 전부터 구축된 선거구도에 의해 치러진 선거였다. CNN이 투표 당일 시행한 출구조사에서도 이 점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선거가 있기 1개월 이전에 누구를 뽑을지 정했다는 유권자가 전체의 63%였고, 고작 8% 유권자들만이 선거에 임박해 마음을 정했다.

이제 CNN 출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을 분석해 보자.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미국 정치의 현주소를 들여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정국에 대한 전망도 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인들의 정치적 견해가 매우 양극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매우 지지한다”(31%)와 “매우 거부한다”(46%)가 각각 “지지한다”(14%)와 “거부한다”(8%)에 비해 2~3배 더 높았다. 호ㆍ불호가 매우 강한 것이다. 대개 이럴 경우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이나 집단을 축출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고 타협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미국인들은 극단적 정쟁 자체는 거부한다. 예컨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탄핵도 반대한다. 56% 유권자가 탄핵을 반대하며, 이 중 20% 가까이가 민주당 지지자들이다. 또 2007년부터 4년 동안 하원의장을 지낸 낸시 펠로시 민주당 의원이 차기 하원의장으로 어떠한지 물었는데, 56% 유권자들이 비우호적이었다. 그녀는 하원의장 당시 하원을 매우 당파적으로 운영했던 것으로 유명한데 이에 대한 거부감으로 보인다.

내년 1월 임기가 시작하는 새 연방의회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이슈에 대한 의견도 흥미롭다. 건강보험(41%), 이민정책(23%), 경제정책(22%), 그리고 총기규제(10%) 순으로 꼽았다. 그런데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건강보험과 총기규제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보인 반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이민정책과 경제정책을 더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은 다수당을 차지한 하원을 중심으로 건강보험과 총기규제에 관련된 법안을 입안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원의 공화당은 이것을 적극 찬성하지도 적극 반대하지도 않은 채 흐지부지 세월만 보낼 것이다.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 동안 보여주었던 적대적 이민정책과 미국 일방주의 경제 및 통상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여기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2017년의 감세법안처럼 의회를 통해 입법화하는 방안은 성공적이지 못할 것이다.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이 협조할 가능성 적기 때문이다. 국민들을 상대로 직접 이슈화하고, 의회가 일을 하지 않는다고 불평을 거세게 한 후, 대통령 행정명령 등을 통해 소규모의 변화 정도만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민주ㆍ공화당 모두 각자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하원과 상원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지지자 만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게 확실시된다. 그것이 교착(gridlock)으로 이어지면서 큰 변화가 없는 상태가 2020년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어 좌절감에 빠진 지지자들을 위해서는 상대 정당을 지속적으로 비난하며 그들의 충성심을 북돋는 성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박홍민ㆍ미국 위스콘신대(밀워키)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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