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모 교회에서 여성 신도들에게 ‘그루밍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는 목사가 피해자들에게 “(나는) 하나님한테 이미 용서받았다”는 말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당 목사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여성 A씨는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A씨에 따르면 B목사는 당시 전도사로서 교회에 온 여성 청소년에게 접근해 스킨십과 성관계를 요구했다. 현재 20대 초반인 A씨는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지난해까지 B목사에게 ‘그루밍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루밍 성폭력’이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과 신뢰를 얻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행위다.
A씨는 “(B목사에게) 싫다고 하면 그는 ‘미안하다’, ‘너무 좋아서 그랬다. 이런 감정은 처음이다’라고 했고, 그러다가 성관계까지 가게 됐다”고 털어놨다.
뒤늦게 B목사의 정체를 알게 된 A씨는 그에게 황당한 말을 들었다고 했다. A씨는 B목사가 “내가 처벌받고 이런 거를 떠나서 교회가 무너지는 건 아니지 않냐. 그렇게 교회가 무너지면 너의 책임도 있는 것”이라며 “(나는) 하나님한테 이미 용서받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피해자들은 ‘이단’으로 몰리기도 했다. A씨는 B목사의 아버지가 “(B목사가) 결혼한 사람도 아니고 크게 문제가 안 된다. 간통죄도 폐지된 마당에 처벌할 수 없다. 이렇게 교회를 무너뜨리는 건 나쁜 거다. 그 사람들 이단이다”라며 문제를 덮으려고만 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교회 전체 신도는 약 200명인데, 그 중 26명의 여성 청소년이 피해를 입었다.
A씨는 “B목사가 (당시) 전도사가 아니었다면 그런 관계를 갖지 않았을 것”이라며 “(B목사는) 신앙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너랑 나랑 이렇게 하는 것은 하나님이 기뻐하신다’라는 식으로까지 얘기를 했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목사와 신도 간 위력이 존재할 수 있고 종교적 이유, 맥락이 있기 때문”에 ‘그루밍 성범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현숙 탁틴내일 성폭력 상담소 소장은 “(청소년은) 자기가 신뢰하고 존경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호감을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이 성적인 친밀함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며 “설사 아이가 정말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성인이라면 아이한테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피해자 측 조사를 거쳐 정식 수사 전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찰청 여청수사계는 9일 피해자 측을 대변하고 있는 정혜민 목사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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