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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원주민들이 한국 금융기관을 찾은 까닭은

입력
2018.11.08 16:06
수정
2018.11.08 19:45
12면
0 0

광산개발에 투자 중단 호소

“환경 오염ㆍ유산 훼손 우려”

국내 금융회사들 수용 의사

호주의 석탄발전금융에 대한 한국 금융기관에 항의하기 위해 방한한 왕간ㆍ자갈링구 부족 원주민인 아드리안 부라구바(왼쪽)와 무라와 존슨이 7일 석탄금융을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기후솔루션 제공
호주의 석탄발전금융에 대한 한국 금융기관에 항의하기 위해 방한한 왕간ㆍ자갈링구 부족 원주민인 아드리안 부라구바(왼쪽)와 무라와 존슨이 7일 석탄금융을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기후솔루션 제공

호주 퀸즐랜드주 지역 원주민들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 7일 사흘간 일정으로 입국한 이들은 왕간ㆍ자갈링구 부족 아드리안 부라구바씨와 무라와 존슨씨. 그들의 방문지는 관광지가 아닌 한국 금융기관. 원주민들이 왜 한국 금융기관을 찾은 걸까.

이들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은 퀸즐랜드주 카마이클 지역. 이곳에는 인도의 아다니 광산유한회사가 2010년부터 대규모 석탄광산 개발을 추진해왔다. 광산이 개발되면 향후 60년간 23억톤의 석탄을 채굴할 수 있게 된다.

원주민들을 비롯한 지역 주민, 그리고 환경단체들은 광산 개발에 적극 반대한다. 환경이 오염될 뿐 아니라 원주민들의 전통적 유산이 파괴될 거라는 우려 때문이다. 광산이 지어진 후 이용될 항만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로부터 불과 20㎞가량 떨어져 있다.

한국이 문제가 된 건 지난 5월 국내 금융회사인 미래에셋대우와 NH아문디가 약 2,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한 데 이어 아다니사가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국민연금 등에도 잇따라 투자 러브콜을 보내면서다. 그들이 결사 반대하고 있는 광산 개발에 한국 금융기관들이 ‘돈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한국을 찾은 것도 광산개발에 투자하지 말 것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부라구바씨와 존슨씨는 8일 “광산 개발로 인한 과도한 용수 사용으로 왕간ㆍ자갈링구 부족과 관련한 성지들이 모두 파괴되고 더욱이 항만이 직접 오염에 노출될 것“이라며 “한국 금융기관들이 이 사업에 투자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지난달에는 퀸즐랜드주 주호주 한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갖기도 했다.

이들의 호소는 국내 금융회사들을 움직이는 모습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투자 의사가 없음을 밝혔고, 미래에셋대우는 “후속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 역시 이들이 방한하기 직전 “현재로선 투자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을 보냈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한국 금융기관들은 전 세계에 석탄금융투자의 큰 손으로 인식되어 있다”며 “이번 국책금융기관들이 투자를 철회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앞으로도 국내 금융기관들이 환경파괴와 오염을 야기하는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호주의 왕간ㆍ자갈링구 원주민들과 현지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10일 호주 캔버라 주호주 한국대사관 앞에서 한국의 석탄금융에 반대하는 항의 집회를 가졌다. 호주환경단체 마켓포스 제공
호주의 왕간ㆍ자갈링구 원주민들과 현지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10일 호주 캔버라 주호주 한국대사관 앞에서 한국의 석탄금융에 반대하는 항의 집회를 가졌다. 호주환경단체 마켓포스 제공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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