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언론들은 7일 미국 중간선거 결과와 관련해 향후 미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정부는 굳건한 미일동맹을 강조하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반면 언론들은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탈환했다는 점에서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ㆍ무역정책의 변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중간선거 결과의 영향을 묻는 질문에 “미일동맹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 중요성에 대해서 미국 공화당이나 민주당을 불문하고 공통적인 인식이 존재한다”며 “선거 결과가 양국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 부(副)장관도 “앞으로도 계속해서 미국과 여러 분야에서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NHK 등 언론들은 이날 오전부터 미국 중간선거와 관련,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 과정을 실시간 중계하면서 의회 권력구도 변화에 주목했다. 그간 집권여당인 공화당이 상ㆍ하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차지했으나 이번 선거로 민주당이 8년 만에 하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차지, 이른바 ‘네지레(뒤틀린) 국회’가 됐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선 참의원과 중의원의 다수당이 서로 다른 경우를 ‘네지레 국회’라고 부른다. 이에 민주당의 견제가 강화되면서 ‘미국 우선주의’로 대표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와 무역 정책들에 커다란 장애물이 생겼다고 NHK와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전망했다.
다만 일본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미국의 통상압박과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주변 정책의 변화에 대해선 섣부른 관측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당분간 지지율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에 이전만큼 강한 드라이브를 걸지 않을 것이란 전망과 ‘여소야대’ 구도가 된 하원의 견제를 돌파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더욱 강경한 자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후자의 경우엔 양자 간 물품무역협정(TAG) 협상 개시 등을 앞두고 있는 일본에 불똥이 튈 수도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향후 미국 내 여야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안보 분야에선 공조 강화를, 무역 분야에선 일방적인 양보보다는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강조한다는 입장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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