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후반기’ 트럼프 행보는]
민주당, 러시아 스캔들 등 청문회 수시 개최하며 견제 전망
트럼프, 인프라 투자 계획 추진... 초당파적 길 찾아 재선 발판으로
11ㆍ6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탈환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도 험난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민주당의 도움 없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예산과 입법 의제를 통과시킬 수 없고,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러시아 스캔들을 비롯해 각종 논란 사안에 대한 청문회를 수시로 개최해 견제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공화당이 상원에서 안정적인 다수당 의석을 확보해 감세 조치 등 트럼프 대통령의 입법 성과를 되돌이키거나 탄핵 등의 시도를 저지할 수 있게 돼 한숨을 돌린 상태다.
이 같은 권력 분점의 새로운 정치 환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동안은 초당파적인 길을 찾을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다봤다. 워싱턴 정가에선 이 같은 초당파적 의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대적인 인프라(기반시설) 재건 카드를 꺼내 집권 후반기의 핵심 성과로 밀어붙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1조달러 인프라 투자를 제시했고, 올해 초 연두교서에도 1조 5,0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인프라 투자의 재원 마련 방법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긴 하지만, 인프라 재건이란 의제 자체를 민주당도 반대하기 어려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가도에서 국정 성과로 세울 핵심 카드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밝혔다가 이후 별다른 속도를 내지 않은 것도 민주당의 하원 장악을 염두에 두고 집권 후반기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 같은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과의 협력을 도모하긴 하겠지만, 보호무역주의와 반(反) 이민 등 ‘미국 우선주의’의 국정 목표 자체를 바꿀 가능성은 없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비롯한 보호무역주의는 민주당 측 일부 의원들도 공감하고 있어 통상 압박 드라이브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이민 규제를 두고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과의 갈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反) 이민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중간 선거에서도 지지층 결집의 동력으로 삼은 의제로 대선 재선 가도에서도 핵심 카드로 활용할 공산이 크다. 이민 규제와 관련한 입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더라도 불법 이민자 유입에 유권자들의 불만을 민주당 탓으로 돌리며 지지층 결집을 노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내각과 법원 고위 인사들의 인준권 등을 가진 상원의 과반 의석을 안정적으로 확보함에 따라 인사 문제에선 한결 부담을 덜게 됐다. 특히 공화당 내부에서 견제 역할을 해왔던 밥 코커(테네시) 상원 외교위원장, 제프 블레이크(애리조나) 상원 의원이 모두 교체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상원 장악력은 더욱 커지게 됐다. 중간선거 이후 대대적인 인사 개편으로 친 트럼프 체제를 만들어 대선 재선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계획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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