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을 강타한 고농도 미세먼지가 7일까지 닷새째 기승을 부렸다. 이중 수도권 지역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날은 이날 단 하루. 8일에는 비가 내리며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질 것으로 예보되면서 비상저감조치는 말 그대로 뒷북 조치에 그친 셈이 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고농도 미세먼지는 ‘국외유입(또는 국내생성)→대기정체→국내생성(또는 국외유입)’ 등의 패턴으로 3일 이상 장기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번 발생하면 바로 잦아드는 게 아니라 며칠 이상 지속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3년간 연속 3일 이상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횟수를 봐도 2015년 5회, 2016년 5회, 2017년 7회 등 점점 잦아지고 있다. 이날까지 이어진 이번 고농도 미세먼지도 ‘3일간 국내 축적→4일째 국외유입→5일째 대기정체와 국내 미세먼지 생성’의 패턴을 보였다.
이처럼 고농도 미세먼지가 장기화되는 이유는 대기정체에 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이번 주부터 우리나라가 고기압 영향권에 들면서 위에서 아래로 부는 하강기류가 약하고, 바람도 약하게 불면서 대기가 안정화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기정체 현상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도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김동준 기상청 기후예측과 과장은 “지구 온난화로 북극해의 기온이 올라가고 북극과 동아시아 간 기온 차가 줄어들면서 대기는 정체된다”며 “우리나라로 불어오는 겨울철 몬순(북서계절풍)도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대기정체는 날이 갈수록 미세먼지가 축적이 되면서 농도가 강해지게 만든다.
이처럼 대기정체로 인해 고농도 미세먼지가 장기화하고 있지만 비상저감조치가 미세먼지 발생 초기부터 발령되지 못하는 것은 발령조건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현재 수도권기준 비상저감조치는 당일(0~오후4시)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50㎍/㎥이 넘고 다음날도 50㎍/㎥이 넘을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다음날 50㎍/㎥이 넘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예상되더라도 당일 평균 농도가 50㎍/㎥를 밑돌면 발령될 수 없는 구조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뒤늦게 파악하고 지자체와 협의해 수도권부터 당일 기준과 상관없이 다음날 농도가 75㎍/㎥이 넘을 것으로 예보되면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는 예비저감조치를 12월 중 실시할 예정이다.
인천 등에서 이날 처음 시행된 ‘화력발전 상한제약’의 효과도 벌써부터 과대포장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상한제약은 오전 6시~오후 9시 고농도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화력발전 출력을 설비용량의 80%로 제한해 발전량을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출력을 20%가량 제한하기로 한 인천 영흥화력발전 1, 2호기의 경우 이미 전력사용이 적은 밤과 새벽시간 대에는 설비용량 보다 낮은 수준으로 발전량을 조절하고 있어 실제 배출감축 효과는 정부 발표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전력소비량을 고려하면 발전량을 감축할게 아니라 한시적으로 가동 중단을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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