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까지 중장기 국내 에너지 수급 계획인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을 자문하기 위해 모인 전문가들이 정부에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5~40%로 늘릴 것을 권고했다. 애초 제시할 것으로 예상했던 목표치(40%)보다 후퇴한 것이어서 정부의 탈(脫) 원자력발전 정책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학계ㆍ산업계ㆍ시민사회 등 에너지 민간 전문가 75명이 참여하고 있는 에기본 워킹그룹은 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연내 기본계획안을 짠 뒤 에너지위원회와 녹색성장위원회,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 의결할 방침이다. 에기본은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따라 5년 주기로 수립하는 에너지 분야 최상위 행정계획이다. 3차 계획은 2019∼2040년을 아우른다.
이번 권고안에서 워킹그룹은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5%, 30%, 40% 등 세 개의 시나리오로 나눠 제시했다. 이미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20%까지 올리기로 한 만큼 정부는 남은 10년 동안 해당 비율을 최소 5%포인트 이상 높여야 한다.
김진우 에기본 총괄위원장은 “시장 상황과 기술발전 정도 등을 고려해 정부가 세 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범위로 목표치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보수적인 목표치인 25%안은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2016년 2.9%)이 지나치게 낮다는 현실과 주민 수용성,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추가 대책 등을 고려한 수치다. 목표치 중 가장 높은 40% 안은 2040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40%(2016년 24%)에 달할 거란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망을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권고안 수립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처음에는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5~40%로 제시하려 했다가 그 이후 40%로 내부 의견이 모였다”며 “권고안을 바탕으로 기본계획을 세워야 하는 산업부가 그 결과를 듣고 상당히 부담스러워 해 다시 25~40% 안으로 되돌아 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여인사도 “목표를 정해놓고 달성방안을 고민하는 게 아니라 지금 상황에 맞춰 적당한 목표를 세우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4일 권고안 발표를 하기로 했다가 돌연 연기한 배경에 대해 김 총괄위원장은 “정부가 타당성을 좀 더 검토해보자고 제안해 정책화가 잘 될 수 있는 쪽으로 논의하기로 하고 제출을 연기했다”며 사실상 결정 과정에 정부의 개입이 있었음을 시인했다(본보 10월 5일자 1면). 권고안 목표치가 애초 보다 뒷걸음질 친 것을 볼 때,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의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밖에 워킹그룹은 “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대신, 수요를 조절하는 쪽으로 에너지 정책을 짜야 한다”며, 이를 위해 왜곡된 에너지 가격구조와 낮은 에너지효율을 개선할 것도 권고했다. ▦전기요금 등 에너지 가격에 사회ㆍ환경 비용 반영 ▦화석연료 보조금 단계적 폐지 ▦전기차ㆍ가스차ㆍ수소차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과세 검토 ▦다양한 선택형 전기요금제 개발 등이다. 이를 통해 2040년 최종에너지소비량을 지난해와 비슷한 1억7,660만toe(석유환산톤ㆍ1toe는 원유 1톤을 태울 때 생기는 에너지)로 억제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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