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운영 업체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고 잠적했던 최규호(71) 전 전북교육감이 도피행각 8년 만에 검찰에 체포됐다. 그는 6일 오후 7시20분쯤 인천의 한 단골식당에서 홀로 저녁밥을 먹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검찰 수사관들에게 붙잡혔다. 수사관들이 “최규호가 맞느냐”고 묻자 “맞다”고 하는 순간 수갑이 채워졌다. 그는 저항 없이 순순히 응했고 8년간 도피생활에 막을 내린 순간이었다.
체포 당시 그는 인천 송도의 24평대 아파트에 혼자 거주하고 있었다. 검찰은 그가 인천에 1년 이상 머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는 제3자 명의로 된 대포폰을 쓰고 있었고 도피 중 다른 사람 명의로 여러 차례 휴대전화를 바꿔가며 검찰 수사망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의 행방이 파악되지 않으면서 비호ㆍ은신설, 신변이상설, 외국 밀항설 등 갖은 추측이 난무했다. 올 초에는 ‘최 전 교육감이 죽었다’는 사망설도 나왔다. 실제 지난 4월 최 전 교육감의 장례식이 전주시내에서 치러졌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으나 그의 친형이 숨진 게 와전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최씨가 8년간 숨어 지내온 것은 다수의 조력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력자 가운데는 그의 친인척과 교육감 재직 당시 친분이 있었던 교육계 관계자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동안 검찰은 최씨의 친인척과 지인 등의 핸드폰과 카드사용 내역 등을 역추적해 최근 소재를 알아내는데 성공했다.
최씨를 체포한 전주지검 관계자는 “최 전 교육감이 인천에서 상당 기간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며 “장기간 도피했고 돈이나 거처를 제공한 인물이 다수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 전 교육감은 2007년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김제 스파힐스 골프장 측이 9홀에서 18홀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도교육청 소유인 자영고 대지를 매입하는데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3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다 수사가 본격 시작되자 2010년 9월 잠적했다.
검찰은 최씨가 잠적하기 직전인 9월 초 중간 브로커 역할을 한 최모(당시57) 교수와 돈을 전달한 백모(당시48) 교수를 긴급 체포해 진술을 확보했다. 이후 최씨는 검찰에 출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지인, 변호인과도 연락을 끊은 채 도주했다. 검찰은 체포전담반을 꾸려 그를 추적해왔으나 검거에 번번이 실패했다.
7일 검찰에 모습을 드러낸 최 전 교육감은 취재진에게 “검찰 조사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사를 마치는 대로 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뇌물 관련 혐의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8년간 도피 행적과 조력자들을 수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전주=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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